[칼럼] 문화와 소통 9: 소통과 소통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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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관 목사(다솜교회 담임)

소통을 매우 중요시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아갑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늘 소통에 적극적인 사람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에는 소통을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소통을 불안해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자신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말하는 것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개인주의적인 사회 그리고 개인의 독립을 중요시하는 사회일수록 소통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며, 이러한 사회에서는 소통을 불안해하는 사람은 개인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이해되기 십상입니다.

이런 사회에서 소통의 불안이 큰 사람은 직장과 사회에서 덜 매력적이고 사회적으로 덜 성숙한 사람으로 인식됩니다. 또한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업무 만족도가 떨어지고, 직장 동료들과 상사와의 관계가 서툴고, 그 결과로 승진될 가능성은 적은 사람으로 이해되어 집니다. 

그러나 많은 다른 문화에서는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사람을 개인의 결함이 있는 사람이라고 보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그들이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말하지 않는 이유는 사회문화적 환경이 그들 자신 보다는 그들의 부모, 자식, 형제 자매, 그리고 이웃의 입장과 필요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가르쳐 왔을 가능성이 훨씬 많은 것입니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의견보다는 집안의 의견이나 사회적인 통념이 더 중요하고, 그래서 소통을 자제하는 것은 소통의 불안이 아닌 성숙한 인간이 지녀야 하는 절제와 겸양으로 이해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차이는 자녀 교육에서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미국 사람들은 자녀들을 가르칠 때, 자기 의지가 강한 자녀를 자랑하고 칭찬하면서 키웁니다. 자기 주장 성향과 독립성이 강한 사람으로 자녀를 양육합니다. 결과적으로 자기 색깔, 개성, 주장, 그리고 독립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더 성숙하고 온전한 성인으로 인정을 받게 됩니다. 반면 일본의 부모는 자기주장 성향과 상반되는, 자아를 표면에 내세우지 않고 삼가는 태도 (self-effacement)를 더 고무하면서 자녀들을 키우는 경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문화에서는 성숙한 사람일수록 자기를 절제하고 남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다른 사람을 더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한국 사람은 어떨까요?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은 자기 주장 성향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그래도 미국 사람들의 자기 주장 성향보다는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고 합니다. 반면 일본 사람들의 자기 주장 성향은 필란드 사람들과 비슷한 정도를 보이며 훨씬 낮은 정도의 자기주장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보통 자기주장적인 개인은 외향적이며,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또한 자신의 생각, 느낌, 그리고 신념을 자유롭고, 직설적으로 표현합니다. 따라서 소통의 불안감은 별로 없는 사람들입니다. 반면, 자기 주장적이지 않은 사람은 내성적이고, 유순하고, 자기비하적이고, 자기부정적이며, 그리고 순응적인 특성을 나타내게 됩니다. 자기주장적이지 않은 사람에게 자기주장적인 사람은 공격적이고, 거만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추일 수 있으며, 자기주장적인 사람에게 소통의 불안이 큰 사람은 무능력하고, 무책임하고, 성실하지 못한 사람으로 비추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성향을 가지고 살아왔을까요? 그리고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또한 어느 정도의 소통의 불안감을 지닌 사람들일까요? 나와 상대방의 소통의 성향을 잘 이해할 때, 당신의 소통의 능력은 오늘 또 한단계 상승하게 되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