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믿음과 민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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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예수님께서 사역을 시작하시자 수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주님께서 병자들을 치유하시고 귀신들을 쫓아내신다는 소문을 듣고 너도나도 치유를 위해 몰려온 겁니다. 마가복음 1장 마지막 부분은 한 문둥병자를 치유하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이 사건도 여타의 다른 치유 사건과 다를 것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복음서는 이 사건을 특별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치유의 과정을 다른 경우와는 달리 아주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겁니다. 이 사건을 자세히 묵상하면 그 이유와 그 이유 안에 담긴 엄청난 진리를 발견하게 됩니다.

먼저 문둥병자가 수많은 무리들 틈에 섞여 있는 것이 낯설고 특별합니다. 율법에 따르면 문둥병자들은 진 밖으로 나가 정상인들로부터 분리된 채 살아야했기 때문입니다. 길을 다닐 때는 머리를 푼채 찢어진 옷을 입고 얼굴의 아래쪽 반을 천으로 가려야했습니다. 사람들이 알아보고 피해갈 수 있게 한 겁니다. 그래도 사람들이 모르고 다가오면 “부정하다!”고 소리쳐야 했습니다. 이처럼 문둥병자들은 절대 보통 사람들과 함께 있어선 안 되는 겁니다. 그런데 본문의 문둥병자는 버젓이 예수님과 주님을 따르는 무리들 가운데 섞여 있는 겁니다. 도대체 왜 이런 특별한 일이 일어난 걸까요? 주님께 문둥병자는 “원하시면 저를 깨끗케 하실 수 있나이다.”라고 고백합니다. 예수님께서 자신을 고칠 수 있다는 걸 확신하고 있는 겁니다. 그 믿음 때문에 율법이 쳐놓은 장벽을 뛰어넘어 무리를 헤치고 주님께 나올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이 믿음 때문에 그는 문둥병이라는 불치의 병에서 해방될 수 있었습니다.

본문이 특별한 두번째 이유는 주님께서 문둥병자를 민망히 여기셨다는 표현 때문입니다. 불치의 병을 안고 격리된채 살아가는 문둥병자에게 불쌍한 감정을 갖는 건 인지상정,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주님은 당신 앞에 선 문둥병자를 통해 더 큰 상황, 즉 ‘죄’라는 불치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는 인류를 보셨습니다. 그러니까 주님 민망함의 대상에는 문둥병자뿐 아니라 죄로 인해 사망할 수밖에 없는 인류 전체까지도 포함돼 있는 겁니다. 주님은 이 민망함을 가지고 문둥병자를 치유해주셨고, 이 치유의 과정을 통해 인류에게 일어날 치유의 결과도 미리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이 특별한 겁니다.

주님은 문둥병자를 완벽하게 치유해주셨습니다. 질병 때문에 형편없이 일그러진 얼굴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게 된 겁니다. 그 결과 그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 옛날처럼 오손도손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하나님 계신 성전에 들어가 마음껏 예배드릴 수 있게 된 겁니다. 치유의 결과 얼굴, 하나님과의 관계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다 회복된 겁니다.

예수님께서 인류에게 행하신 치유의 결과도 이와 같습니다. 창조 때 이야기를 담고 있는 창세기 1장을 보면 하나님께서 인간을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창조하셨습니다. 하나님 형상대로 만드신 겁니다. 오직 사람만 그런 특권을 누렸습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이 표현은 우리들의 가슴을 훈훈하게 합니다.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특별한 사랑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초의 인간 아담이 죄를 지었을 때 인류는 하나님의 형상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잃어버렸던 형상을 예수님께서 되찾아주신 겁니다. 어떻게? 십자가에서 우리의 죄는 가져가시고, 그대신 주님이 갖고 계신 의를 우리에게 주심으로 회복을 이루신 겁니다. 십자가에서 일어난 이 엄청난 맞교환을 통해 우리 성도들은 다 하나님의 형상을 되찾은 겁니다.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한 후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죄 때문에 단절되었던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되었습니다. 아버지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하나님께서 거하시는 성전이 된 겁니다. 죄로 인해 망가졌던 인간 관계도 주님 안에서 회복되었습니다. 십자가에서 흘리신 주님의 보혈로 우리를 식구로 묶어주셨고, 식구로서 나눠야 할 참사랑의 모범을 손수 보여주셨고, 또한 성령님이 직접 우리 안에 오셔서 사랑 실천을 도와주심으로 회복이 이뤄진 겁니다.

예수님 믿고 불치병, 죄에서 벗어나는, 이 절대 유익의 길 앞에서 주저할 이유? 전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