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밭 가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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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서상규 목사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 소 칠 아이는 상기 아니 일었느냐.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느냐” 학창시절 배운 시조 한 수를 외워보라고 한다면 아마도 남구만이 지은 이 시조를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내지 않을까 합니다. 이 시조의 배경이 되었던 곳은 동해시 망상동 심곡마을로 남구만(南九萬 1629~1711)이 1689년 기사환국으로 인해 강릉으로 유배되었을 당시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동해에서 목회하던 시절 이 시조의 실제 배경이었던 마을을 종종 들렀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조의 내용은 농경 문화가 근간이었던 우리네 조상들의 삶과 농사철이 다가오는 농촌의 봄철 풍경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께서 소를 몰아 밭을 갈던 모습을 보면서 자란 탓에 이 시조가 더 정감 있게 들립니다.

“여호와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때에 천지의 창조된 대략이 이러하니라 여호와 하나님이 땅에 비를 내리지 아니하셨고 경작할 사람도 없었으므로 들에는 초목이 아직 없었고 밭에는 채소가 나지 아니하였으니 안개만 땅에서 올라와 온 지면을 적셨더라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사람을 지으시고 생기를 그 코에 불어 넣으시니 사람이 생령이 된지라” (창 2:4-7) 이 말씀은 인간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한 구절로 많이 언급됩니다. 그러나 이 성경절을 잘 읽어 보면 하나님께서 인간을 창조하신 목적과 사명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셨지만 아직 그곳에는 경작할 사람이 없었다고 기록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지으셨습니다. 곧 땅을 경작하도록 하기 위하여 사람을 창조하신 것으로 이해 할 수 있습니다. 밭을 가는 일, 이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일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아름다운 에덴 동산을 가꾸고 다듬는 일은 즐거운 유희(遊戱)였을 것입니다. 범죄 이전 에덴의 땅은 옥토 중에 옥토였습니다. 땅을 갈고 씨를 심으면 10배, 30배, 100배의 결실을 얻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땅이었습니다. 농부가 땅에 심은 씨앗이 자라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보면서 기뻐하고 보람을 경험하듯이 아담과 하와는 밭을 가는 일을 행복한 일로 여겼을 것입니다. 그러나 범죄한 이후 땅은 저주를 받아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내게 되면서 밭을 가는 일, 곧 노동은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니라 고역이 되고 말았습니다(창 3:17-19). 그래서 어릴 적 아버지께서 “상규야 밭에 가자~!” 하시던 말씀이 아버지의 말씀 중 가장 듣기 싫은 말이었습니다.

성경시대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도 땅을 경작하는 일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당시에 농사를 지으려면 성 밖으로 나가야 했는데 그곳에는 각종 들짐승들과 강도들 그리고 이방 민족들이 기습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농부들은 괴롭힘을 당하고 심지어 목숨을 잃기도 하였습니다. 사사(士師)중 하나였던 기드온도 몰래 숨어서 타작을 했던 이유가 미디안 족속을 피하기 위함이었음을 알고 있습니다. 밭을 갈기 위해 성밖으로 나가는 일은 목숨을 거는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씨를 뿌리는 일이 울면서 해야 할 고통스러운 작업임을 이야기 합니다(시 126:6). 그런데 이렇게 거칠고 황량 해진 밭을 갈기 위해 주님께서 오셨습니다. 그는 안전한 하늘 도성에서 나와 이 땅으로 오셨습니다. 그리고 밭을 경작하십니다. 그분이 경작하신 밭은 사람의 마음 밭이었고 그분이 뿌리신 씨앗은 복음의 말씀이었습니다. 그러나 죄악으로 물든 인간들의 마음 밭은 너무나 거칠었습니다. 그 마음 밭은 재물의 돌 뿌리, 욕심의 가시덤불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일이 얼마나 고되셨던지 그분은 우리의 허물로 인하여 찔리고 상하셨습니다(사 53:5).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 모든 찔림과 상함과 채찍질을 참으셨고 잃어버린 세상을 위하여 눈물을 흘리며 생명의 씨를 뿌리시고 당신의 피로 마른 땅을 적시셨습니다.

오늘 우리들의 마음 밭은 어떻습니까? 호세아 선지자는 우리의 묵은 땅을 기경하라고 권면하십니다. “너희가 자기를 위하여 의를 심고 긍휼을 거두라 지금이 곧 여호와를 찾을 때니 너희 묵은 땅을 기경하라 마침내 여호와께서 임하사 의를 비처럼 너희에게 내리시리라. 너희는 악을 밭 갈아 죄를 거두고 거짓 열매를 먹었으니 이는 네가 네 길과 네 용사의 많음을 의뢰 하였음이라”(호 10:12) 우리는 아프고 힘들지라도 하나님의 뜻대로 밭을 갈아야 합니다. 말씀의 괭이로 회개의 쟁기로 우리의 밭을 갈아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의 성령의 비가 내릴 때 그 의를 흡족히 받아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음의 밭을 가는 자, 이것이 오늘 우리를 부르신 하나님의 뜻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