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살과 피를 먹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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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한마음재림교회 서상규 목사

프랑스 출신의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르네 지라르(Rene Girard)의 책 희생양의 첫 장은 기욤 드 마쇼(Guillaume de Machaut)와 유대인 이라는 제목으로 시작이 됩니다. 기욤은 16세기 중반에 활동한 프랑스의 시인이었는데 그의 작품 로이 드 나바르의 판단의 서두 부분은 유대인과 관련된 무서운 대참사에 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내용의 대략은 이렇습니다. 하늘에서 여러 가지 이상한 징후들이 나타납니다. 돌들이 쏟아져 내려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죽이고 마을은 벼락을 맞아 모두 파괴됩니다. 기욤이 살고 있던 마을에서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재난의 이유가 무엇인가를 밝혀 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찾아낸 재난의 이유는 유대인들이 모든 강과, 샘 그리고 우물에 독을 풀어 사람들이 죽게 만들었고 이에 하늘이 분노하여 그들의 만행을 천하게 드러나게 하였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유대인들에 대한 대학살로 이어지게 됩니다. 사실 이 작품에 담겨진 이야기는 1349년부터 1350년 사이에 프랑스 북부 지방을 휩쓸었던 페스트에 관한 것으로 실제로 유대인들이 독약을 풀어 사람들이 죽게 되었다는 거짓 소문으로 인해 수많은 유대인들이 죽임을 당했던 역사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이 거짓 소문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핍박을 받고 학살을 받았던 예는 기독교의 역사 속에서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초대 교회 당시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제국 로마의 핍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그리스도인들이 사람들로부터 핍박과 학살을 당했던 이유들 가운데는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거짓 소문이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볼 수 있습니다. 네로 황제의 통치 기간에 있었던 로마 대 화재 사건은 그리스도인들이 방화를 저질렀다는 거짓 소문이 돌면서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을 사형장으로 내몰았습니다. 아울러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모이면 하나님을 아버지라 하고 서로를 형제 자매라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그리스도인들은 근친상간을 하는 패륜적 집단이라는 거짓 소문이 퍼지기도 했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그리스도인들이 사람의 살과 피를 먹는 식인종 집단이라는 거짓 소문도 있었는데 이는 예수님의 피와 살을 상징하는 포도주를 나누고 떡을 떼는 성찬식을 보면서 그런 거짓 소문들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 생명이 없느니라.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영생알 가졌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다시 살리리니 내 살은 참된 양식이요 내 피는 참된 음료로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자는 내 안에 거하고 나도 그의 안에 거하나니 살아 계신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시며 내가 아버지로 말미암아 사는 것 같이 나를 먹는 그 삶도 나로 말미암아 살리라. 이것은 하늘에서 내려온 떡이니 조상들이 먹고도 죽은 그것과 같지 아니하여 이 떡을 먹는 자는 영원히 살리라”( 6:53-58)

오늘날 이 성경 구절을 보면서 기독교인들은 정말 살과 피를 먹는 식인 집단이구나 하고 놀라 도망할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 말씀을 하셨을 당시 사람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사람의 살과 피를 먹어야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었을까요? 주님께서 이 말씀을 하신 후에 그의 제자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떠나갔다(6:66)는 성경의 기록을 볼 때 예수님의 가르침을 처음 들은 사람들이 가졌을 황당함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살과 피를 먹어야 영생을 얻을 수 있다는 예수님의 말씀에 아마도 그들은 경악했을 것입니다.

사실 이 말씀은 이 땅에 인성을 쓰시고 오신 예수님께서 곧 십자가에서 살이 찢겨지고 피를 흘리심으로 우리에게 영생의 길을 열어 주실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예수님의 희생과 죽으심으로 주어진 속죄와 구원을 내 안에 받아 들이고 주님과 연합하여 사는 것이 그의 살과 피를 먹으며 마시는 신앙적 행위인 것입니다. 어찌 보면 오늘 우리들은 그 이상한 말을 믿고 따르는 무리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살과 피를 먹는 사람들이 된 것입니다. 여전히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우리를 향하여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 십자가, 죽으심과 희생, 그리고 영생과 구원 이러한 기독교의 가치들을 보면서 어떠한 이들은 아직도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느냐고 반문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2000년 전 식인종 집단이라는 오해를 받았던 초대교회 성도들이 믿었던 살고 피를 먹는 사람들로서의 같은 믿음이 오늘 우리들의 믿음 임을 고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