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상추 모종을 옮겨 심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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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목요일 오후에 걸려온 전화 한 통이 하루의 흐름을 통째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제가 잠간 들러도 될까요? 전달해드릴 게 있어서요. 15분쯤 후면 도착합니다.” 그때 신부님으로부터 한 주 전쯤 받은 카톡 메시지가 생각났습니다. 집 앞에 도착하셨다는 전화를 받고 나가보니 예상대로였습니다. 신부님 손에 들려 트렁크를 빠져나온 것들이 어마어마 했습니다. 직접 나무를 짜서 만드신 플랜터, 높은 받침대, 화분에 담긴 상추 모종들, 그리고 두 개의 큰 플래스틱 봉투에 담긴 거름과 우드칩.“먼저 플랜터에 우드칩을 요 정도 높이로 깔고 그 위에 이 거름을 얇게 덮으셔야 합니다. 그런 후 홈 디포에서 채소용 가든 쏘일과 파팅 믹스를 사다가 3대1로 섞어서 플랜터의 목부분까지 채우고 이 모종들을 심으시면 됩니다. 다 심으신 후에는 물을 한 번 흠뻑 주고 물이 다 내려가길 기다린 후 다시 한 번 주세요.”신부님의 친절한 설명을 가슴에 새기는 동안 평생 느껴보지 못한 농심(農心)이 솟구쳤습니다.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아내와 함께 부지런히 홈디포를 다녀와 햇살 좋은 곳에 받침대(토끼 방지용으로 특별히 제작하심)를 두고 그 위에 플랜터를 올려놓았습니다. 그런 후 신부님 설명대로 모종을 옮겨 심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 단계, 물 주는 일을 끝낸 후 작업 결과를 사진에 담아 신부님께 보내드렸습니다. “플랜터의 앞뒤가 바뀌었네요. 앞면에 제가 남긴 흔적이 있는데…”정성스럽게 새겨놓은 국화 나물 문향을 보는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그래서 진고동색의 플랜터와 연푸른색의 상추 모종이 한 개체처럼 어우러진 정경을 한동안 서서 지켜보아야했습니다.

“이리와서 저걸 좀 보거라.”막 현관에 들어서는 막내와 둘째 딸 그리고 사위를거실 창 앞으로 불러 자랑했습니다. 그날 저녁 우리는 다시 모종 작업과 농심과 감사를 소재로 삼아 한참 동안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전화 한 통으로 시작된 상추 모종 중심의 흐름은 그날 저녁 늦은 시간까지 지속된 겁니다.

이날의 체험은 예수님의 열 두 제자를 생각나게 했습니다. 예수님의 부르심 후 그들의 삶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이전 직업을 다 버리고 예수님과 동고동락하며 3년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시고 사흘만에 다시 부활하신 후 40일만에 승천하신 다음에도 제자들의 삶은 예수님 중심으로 흘러갔습니다. 불행하게도 중간에 배신의 길을 택한 가룟 유다를 빼고는. 주님 승천 후 10일만에 제자들은 이 땅에 오신 성령 하나님의 임재를 체험하게 됩니다. 그후 호흡이 멈추는 순간까지 제자들은 예수님을 증거하는 일에 헌신했습니다. 다메섹으로 가는 도중 예수님을 만난 바울도 생각났습니다. 그후 바울은 이전에 믿던 잘못된 유대교적 신앙관을 배설물처럼 내버렸습니다. 그리고 로마 전역을 다니며 복음을 전하는 사역에 생명을 걸었습니다. 어떤 장애물도 바울을 예수님과 떼어놓을 순 없었습니다. 결국 순교를 당하는 순간까지 바울은 예수님 중심으로 살았습니다. 예수님을 만난 후부터 바뀐 삶의 물줄기가 온갖 시험과 유혹들을 뚫고 부수고 넘어가며 마침내 목적지에 닿는 모습은 큰 도전과 벅찬 감동을 줍니다.

신앙인들은 스스로의 삶을 성찰하는 기회를 가져야 합니다. 예수님을 자신의 구주로 믿고난 후부터 자신의 삶이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보아야 합니다. 여전히 자신의 눈을 예수님께 고정시키고 성경 말씀이 낸 좁고 험한 길을 참기쁨으로 달려가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