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숲과 바람, 물과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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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형 은퇴목사 

내가 은퇴한 한미장로교회에서 수요학교라 불리는 연장자 프로그램에 지난 수요일 특강을 해 달라는 초청을 받았다. 2006년 은퇴한 후에 자유롭게 그리고 의도적으로 이곳을 떠나 타지역 또는 타국으로 가서 부름받은 새로운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느라 분주하였다. 내가 섬기던 교회가 은퇴자의 영향을 조금도 느끼지 않고 새로운 지도력과 함께 계속 뻗어가며 사명을 수행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은행나무, 스프루스, 이스턴 레드버드를 심어두고 떠났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훨신 지난 후에 미국 고향 같은 집에 이제 돌아와 여유를 즐긴다. 교회의 초청이 있을 때에 가서 방문하고 옛 교우들을 만남은 기쁨이다. 심어둔 나무들이 잘 자라 뻗어나 있듯이 교회도 수요학교도 안정 속에 잘 발전하고 있는 것이 감사하다.

특강하는 자리에 마침 한국일보 기자가 취재차 참석하였다가 내게 인터뷰를 청하고 수요학교의 역사를 묻는다. 2000년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2020 비전을 세워 진행하는 가운데 연장자 프로그램을 포함하였다. 교회마다 어린이를 위한 주일학교가 필요하듯이 점점 많아지는 연장자의 요구를 보았다. 당시 교회나 사회에서 모방할 프로그램을 찾지 못하여 전담교역자를 청빙하고 개발하여 수요학교를 만들고 연장자들이 스스로 참여하고 즐기며 시간과 삶에 유익을 주고자 한 것이 주효하였다. 모이는 이들은 전인적 프로그램을 통하여 취미와 관계의 발전, 속이 확 트이며 삶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어느새 18년이 되어 이젠 비슷한 프로그램이 여러 교회와 사회단체에 확산되어 있음이 감사하다.

맡은 일을 끝낸 후 교회 가까운 곳에 있는 스프링크릭 공원에 들렸다. 이전 목회할 때 새벽 기도 후에 자주 들리던 곳이다. 그곳의 가을 바람과 숲, 물과 하늘이 내 마음을 끌었다. 오오크 나무가 많은 숲과 초원 가운데 저수지를 둘러 있는 1마일 가량의 길은 걷고 뛰고 자전거를 타기에 좋은 곳이다. 두페이지 강 지류 개천의 물로 농사 짓던 시대가 지나고 도시 주택이 들어서며 개천의 홍수범람을 막고 안전한 주거지로 삼고자 수위조절을 위해 17 에어커의 저수지를 만들고 보존지역으로 정한 곳이다. 마음껏 자라고 뻗은 나무들, 야생 플랜트와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자기를 나타낸다. 각종 새와 기러기는 숲과 하늘을 즐기고, 오리와 물고기는 물에서 유유하고 트레일 길에까지 나온 사슴과 짐승들은 숲이 그들의 보금자리다. 분주하고 복잡한 삶에 피곤한 주민들이 이곳을 찾아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이곳은 내게도 유익을 준다. 트레일을 따라 걸으며 일상에서 눈을 떼고 높이 열린 하늘을 품는다. 바람따라 구름이 흐르고 기러기가 떼로 날아간다. 나도 어느 사이 그들의 비상에 합류한다. 내려다 보이는 땅과 인간세계가 전부가 아니다. 영원하고 무궁한 세계가 열려 있다.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 셀폰 컴퓨터 눈앞의 것으로 피곤한 눈에 필요한 휴식이 들어온다. 가슴이 확 열리고 나무와 물의 생기를 심령 깊이까지 빨아드리니 속에 쌓였던 독소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가뿐하고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이 공원을 조성한 타운에 감사가 생기고 숲과 바람, 물과 바람을 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한다. 하늘과 물, 숲과 바람, 새와 사슴, 꽃과 물고기 모두가 나와 함께 창조와 통치의 하나님을 높이 찬양하는 소리를 들으며 일상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