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자이언트 세콰이어와 다람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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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 목사(두란노침례교회 담임)

새벽 6시경. 우리 부부를 위해 가정을 열어주신 권사님과 함께 교회에 도착하니 벌써 교회 성도님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마리포사는 목회적 교훈이 있는 장소라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작년에는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입구까지 갔다가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그러니 출발 시간에 늦지 않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세미나를 호스트 하시는 L 목사님의 간곡한 부탁 때문에 도착지에 대한 호기심이 더 커졌습니다. 마리포사는 자이언트 세콰이어라는 특별한 나무들의 보호구역이라고 합니다. 버스를 타고 약 6시간을 달려 마리포사에 도착했습니다. 500여 그루의 나무들이 이름에 걸맞는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작게는 60미터 크게는 90미터에 달하는 나무들은 그 나이도 엄청났습니다. 가장 연륜이 긴 나무가 3,000년 정도라고 하니 입이 다물어지질 않더군요. 중간에 터널을 뚫어서 마차길을 낸 나무도 있었습니다. AA 배터리만한 크기의 씨가 그 큰 나무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세미나에 참석한 일행이 한 자이언트 세콰이어 앞에 모여서자, L 목사님이 드디어 나무가 주는 교훈을 설명해주셨습니다.

“자이언트 세콰이어의 특징은 뿌리가 깊이 내리질 않고 사방으로 넓게 뻗어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뿌리가 그 큰 몸집을 지탱하지 못해서 어느 정도 자라다가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큰 나무들의 생존법은 뭘까요? 자세히 보시면 자이언트 세콰이어들이 둘 셋씩 가까이 서있는 걸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신실한 부부(Faithful Couple)라는 이름이 붙은 나무는 아예 서로 붙어서 한 그루의 나무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나무들이 땅 밑에서 서로의 뿌리를 뒤얽히게 함으로 지탱하는 힘을 배가하는 겁니다.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믿음의 사람 혼자서는 세상의 시험과 유혹을 이겨내기 힘듭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당신의 피값으로 세우신 교회를 통해 성도들이 서로 연합한다면 치열한 영적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겁니다.”

설명을 듣는 중 성경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모퉁이 돌이 되셨느니라.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가고…” (에베소서 2:20-21). 산책하던 중 경험했던한 사건이 떠올랐습니다.

하루는 산책로에서 낯선 소리를 들었습니다. 갓난 아기가 비명을 지르는듯한 아주 괴이한 소리였습니다. 아내도 귀에 거슬리는지 물었습니다. “도대체 이 기분 나쁜 소리는 어디서 나는 걸까요?” 소리의 출처가 될만한 곳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나무 가지에 앉은 다람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람쥐였습니다. 목을 쥐어짜듯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그 다람쥐 뿐이 아니었습니다. 걷다 보니 나무 마다에서 똑같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온 동네를 가득 채우고 있는 그 괴이한 소리는 서로에게 뭔가를 알리는 신호음처럼 들렸습니다. 왜 그러는 걸까 궁금한 마음으로 걷는데, 5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코요테 한 마리를 발견했습니다. 숲 속에서 무리 지어 다녀야 할 놈이 동네 한복판에 서있는 걸 보니 덜컥 겁이 나더군요. 순간 다람쥐가 괴이한 소리를 내는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동료들에게 코요테를 조심하라고 경고음을 날리고 있었던 겁니다. 그러고보니 오는 동안 땅 위에서 놀고 있는 다람쥐를 한 마리도 못 본 것같았습니다. 경고음을 듣고 모두 나무 위로 피한 겁니다. 코요테를 발견한 다람쥐들이 혼자 피한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동료들에게 알리는 모습이 아주 교훈적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믿음의 사람들을 교회에 모아놓은 이유가 분명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