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서 처분

375

이종형 은퇴목사(시카고)

 

책과 장서란 목사나 교수 학자에게 매우 중요한 것이다. 책에서 많은 정보와 자료, 지식을 얻고 그것으로 설교하고 가르친다. 책은 보배와 같이 귀하여 항상 옆에 두고 보게 되기에 책이 많을수록 힘과 권위가 있어 보인다. 나는 미국에서 목회하고 교수하며 모은 책이 적지 않았다. 네 벽이 서가로 가득하고 40년 이상 사역할 때 큰 자원이 되었으나 은퇴한 후에는 그 책들이 이전처럼 요긴하게 사용되지 않았다.

이 장서에 대한 나의 생각에 변화가 왔다. 작년 1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선교훈련 강의를 하던 중 졸도를 하였다. 내 아내를 포함하여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은 내가 죽은 줄로 알았다. 얼마가 지났는지 그들의 간절한 기도소리에 깨어났다. 나의 하루 하루는 내 의지가 아닌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만일 일이 일어나면 나의 생명과 보물처럼 여기던 그 모든 책들이 남은 사람에게는 버려야할 무거운 짐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다. 처음 미국에 올 때 한국에 두고 온 모든 책도 없어지고 말았다. 주인이 떠나가면 전적으로 그것은 남의 손에 달렸다. 내가 있는 동안 그 책을 요긴하게 사용할 곳을 찾아 기증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다. 교회 신학교 대학교 도서관들에 연락하였으나 장소가 좁아 둘 곳이 없다고 한다. 결국 소시얼 미디어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며 원하는 자를 찾았다. 몇 사람은 자기가 가진 모든 책을 버렸다고 한다. 내가 갔던 도미니카 공화국 선교단체와 버지니아 소재 선교단체에서 도서관을 만드는데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다. 도미니카는 실제로 운반이 어려운 것을 알다. 미국에 있는 선교단체 대표자와 몇 사람이 와서 내가 골라 낸 몇 권만 남기고 모든 책을 가지고 갔다. 그에게 서가는 필요하지 않기에 빈 서가만 남았다.

평생 구입하고 소장하여 아끼고 사랑하던 책이 모두 빠져 나간 빈 책장을 보며 내 심장이 빠져 나간 것 같은 아픔과 공허감을 가진다. 그러나 혼자 보고 즐기던 책을 이제 많은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며 도움과 풍요함을 얻게 될 것이니 기쁘고 행복하다. 책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 것이다. 선교단체가 도서관을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고 선교단체의 또 다른 기능을 살려주게 되니 감사한 일이다. 그간 강의나 설교를 준비하며 책을 참고하고 누가 어떻게 생각하고 무슨 말을 하는가를 보았으나 이젠 그럴 자료가 없어진 빈 책장이라 책장으로 달려가 어떤 책을 고를 수 없다. 이젠 지혜와 지식의 근본인 하나님 앞에서 그가 주시는 영감과 계시를 기다리며 그와 더 친밀하게 되니 나에게는 더욱 큰 복이라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