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팬데믹 시대, 당신의 믿음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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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시카고 이민자보호교회 TF 위원장)

지난 6월 초 한국의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에서 한국인들의 종교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하였고, 최근 목회데이타연구소에서 그 결과를 분석해서 내놓았다. 불교인들과 천주교인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것으로 나온 한편, 개신교인들의 경우에는 ‘거리를 두고 싶은’(32.2%), ‘이중적인’(30.3%), ‘사기꾼 같은’(29.1), ‘이기적인’(27.3%), ‘배타적인’(23.0%), ‘부패한’(22.1%) 등 부정적인 이미지 일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한국에서는 ‘교회발 코로나 확산’이라는 말이 공식 용어처럼 쓰이고 있다. 이 와중에 여전히 ‘생명 걸고’ 대면예배 하겠다는 교회들, 감염 사실을 숨기고 도망 다니거나 병원에서 행패부리는 교인들로 인해 사람들의 소위 ‘코로나 앵그리’ 즉 코로나 사태로 인한 분노 지수가 극에 달하고 그것이 교회를 향해 쏟아지고 있다. 식당에 “당분간 교인은 받지 않습니다”는 안내문이 붙고, 음식을 주문해도 “교회는 배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는다고 한다.

미국이라고 다를까? 모두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이 팬데믹 상황에서 마스크 쓰기를 거절하는 수많은 미국인들이 있고 그들 중 다수가 보수 기독교인들이다. 자신과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써 달라는 마스크를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해한다. 코로나 사태를 조작이라고 여긴다. 며칠 전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목회자 중 한 사람인 존 맥아더(John MacArthur) 목사는 설교 중 “팬데믹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하고 박수갈채를 받았다.

사회가 교회를 향해 의혹과 경계를 넘어 혐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저들은 도대체 뭘 믿기에 저렇게 되는가?’ ‘당신들은 대체 뭘 믿는 사람들인가?’ 이 질문은 사실 그리스도인들이 요즘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주일에 예배당에 나와 예배와 친교를 하지 못하니 신앙 생활하는 것 같지 않다고들 한다. 우울함과 불안함을 호소하는 교인들도 많다. 누가 보는 것도 아니니 온라인 예배도 대충 드리곤 한다. 그러면서 내면에서 한 질문이 들려온다. 도대체 나는 그동안 무얼 믿은 것일까?

“네가 믿는 바 그 믿는 것이 무엇이냐”(사 36:4). 히스기야 왕을 향한 앗수르 왕의 질문이었다. 유다의 모든 성읍이 함락당하고 예루살렘만 남은 상황에서 ‘너는 무엇을 믿느냐’고 물은 것이다. 이 질문에 많은 유다 왕들은 나름의 답을 해 왔다. 애굽이나 앗수르를 의지함으로, 제사를 열심히 드림으로, 성벽을 세우고 군대를 정비함으로. 히스기야는 앗수르 왕의 편지를 들고 성전으로 올라가 펴 놓고 ‘천하 만국에 유일하신 하나님’께 기도를 올린다. 그 기도는 “네가 믿는 바 그 믿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히스기야의 대답이었다.

주후 1-2세기 경 로마 제국을 역병이 휩쓸었을 때, 기독교인들은 자신의 생명을 걸고 병든 이웃을 돌보았다. 그러다가 병이 옮아도 기꺼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방인들이 물었던 질문 역시 같았다. “저들이 믿는 믿음이 대체 무엇이냐?”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부활을 믿었고, 자신을 돌아보기보다 이웃을 위해 생명을 던졌던 그들의 선행은 그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이었다.

코로나 사태가 일어난 이후, 우리 역시 이 질문에 대답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거나 거절하거나, 사회적 거리를 지키거나 무시하거나, 평안을 누리거나 불안하거나,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내 가족만 챙기거나, 나름의 방식으로 답을 해 왔다. 뉴노멀의 시대, 필요한 것은 새로운 대답이다. 당신은 무엇을 믿는가?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