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쏟아지는 빛속에 영웅처럼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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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쏟아지는 햇살 속에 대국민 연설을 위해 입장하는 모습.[C-SPAN 캡처]

대국민 연설 30분 지연
핵심참모들 ‘병풍 도열’
리더다운 모습에 집중

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을 예고한 동부시간 오전 11시. 시간이 됐지만 백악관 단상에는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25분여를 기다리자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핵심 참모가 하나씩 들어섰다. 10여명이 단상 뒤에 병풍처럼 섰고 군 인사들은 제복 차림이었다.
1분여가 지나자 이들 뒤쪽의 문이 열렸다. 생중계하는 TV 화면에 자연광으로 보이는 강한 빛이 갑자기 쏟아져 들어왔고 트럼프 대통령이 영화 속 영웅의 등장처럼 천천히 걸어들어와 단상에 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사에 앞서 “내가 미국의 대통령인 한 이란은 절대 핵무기 보유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선언부터 했다. 이어 “지난밤 이란 정권의 공격으로 미국인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면서 “우리 장병 모두 안전하고 최소한의 피해만 있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으로서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탈없이 막아냈음을 부각하려는 모습이었다.
주목됐던 트럼프 행정부의 향후 대응은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제거의 정당성을 거듭 강조하고 이란이 물러서는 것 같다는 평가를 내놓은 뒤에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옵션들을 계속 평가하면서 미국은 이란 정권에 대한 살인적 추가 제재를 즉각 부과할 것”이라며 “강력한 제재는 이란이 행위를 바꿀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해 미국이 군사력으로 대응, 확전에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짐작하게 한 대목이었다. 2조5,000억 달러를 투입해 재건된 미국의 군사력을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며 다시금 분명히 입장을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미사일 전력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경고성 메시지도 남겼다. 그는 “우리 미사일은 크고 강력하고 정확하고 치명적이고 빠르다. 다수의 극초음속 미사일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10분 정도 연설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았다. 상황의 엄중함을 반영한 듯 평소의 즉흥적인 행동을 피하고 준비된 원고를 그대로 읽으며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솔레이마니 사령관 사살에 이란이 보복할 경우 그 이상으로 돌려주겠다며 불균형적인 방식의 반격을 언급하고 전쟁범죄로 분류되는 문화유적 공격 가능성까지 서슴없이 입에 올리던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뒤를 돌아 천천히 들어온 문으로 걸어나가자 펜스 부통령과 에스퍼 국방장관, 폼페이오 국무장관, 밀리 합참의장 순으로 대통령을 따라 나갔다. 등장할 때처럼 열린 문으로 빛이 쏟아져 영웅의 퇴장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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