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리 “언론·법원·학계 독립성 보장하는 정치인에 투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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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유발 하라리가 지난달 27일 벨기에에서 강연하고 있다.[연합]

미국 아이오와 코커스 당일 NYT 칼럼서 “선거는 다양한 욕망을 절충하는 수단”
‘불편한 진실’ 파헤치는 기관 ‘배신자’로 낙인찍는 포퓰리스트 부상 경고

‘사피엔스’로 유명한 이스라엘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역사학자, 철학자인 유발 하라리(44)는 3일 “당신이 어느 나라에서 살든, 민주주의를 보존하고 싶다면 진실을 탐구하고 보도하는 기관을 존중하는 정치인들에게 투표하라”고 당부했다.
이날 미국 대선 경쟁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가 치러지는 것에 맞춰 뉴욕타임스(NYT)에 기고한 칼럼에서 하라리는 “선거는 진실을 고르는 수단이 아니다”라며 “투표로는 진실을 정할 수 없기 때문에 진실은 전문가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선거는 다양한 사람들이 가진 대립하는 욕망을 평화적으로 절충하는 수단”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러한 ‘욕망’과 옳고 그름을 따지는 ‘진실’의 영역은 구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라리는 2016년 영국에서 ‘브렉시트(영국의 유럽 연합 탈퇴)’ 국민투표가 진행될 때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 문제를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것에 반대한 일화를 그 예로 들었다. 당시 도킨스는 대다수 영국 국민이 경제, 정치적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투표에 참여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라리는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의제는 ‘영국이 유럽연합(EU)에 남아있어야 할까, EU를 빠져나가야 할까?’이고, 이는 욕망에 관한 문제이기에 전문가 의견에 특권을 부여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옳은지 여부는 ‘진실’의 문제라 전문가들에게 맡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라리는 정치·경제적 사안에서 투표자들이 전문가들이 보기에는 ‘비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민주주의는 비이성적으로 보이는 의견도 존중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바로 그렇기에 욕망의 절충수단인 투표로 당선된 정부·정당으로부터 언론, 법원, 학계 등 진실을 보호하는 기관의 독립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막강한 정치적 정당이 자신들에게 유리한대로 게임을 조작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라면서, 축구 경기에 심판이 있듯 민주주의에서는 이를 위해 대법원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라리는 그러나 오늘날 언론, 법원과 학계 등 진실을 보호하는 기관들을 공격하는 포퓰리스트 정권이 부상하고 있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포퓰리스트 정권은 자신들에게 복종하지 않는 진실을 두려워해, 결국 부정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반적인 포퓰리스트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욕망만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아첨한다”면서 “불편한 진실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국민의 뜻에 반하는 배신자로 낙인찍힌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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