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호 명분 내세운 백인우월주의 총격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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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 텍사스 총기 테러는 에코파시즘 극단 사례

51명의 목숨을 앗아간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 총기 테러와 미국 엘패소 총기 난사 사건이 이른바 ‘에코 파시즘’의 극단적 사례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워싱턴포스트(WP) 보도<사진>에 따르면, 지난 3월 15일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 사원 2곳에 난입해 총기를 난사한 호주인 브렌턴 태런트는 ‘에코 파시스트’를 자처했다. 그는 범행 전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이민자들이 “번식에 실패한 백인을 대체할 것”이라면서 이를 일종의 “침략”이라고 주장했다.

이달 초 텍사스주 국경도시 엘패소의 월마트 매장에서 무차별 총격을 자행해 21명을 살해한 패트릭 크루시어스도 수질오염과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 등을 거론하며 “사람 수를 충분히 줄이면 우리 방식대로의 삶이 더욱 지속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역시 생태계 보호를 위해선 인간마저 배제할 수 있다는 에코 파시즘과 맥락을 함께하는 주장이다. 크루어시스는 경찰에 투항하면서 자신의 범행이 멕시코인들을 노린 총격이라고 자백했다.

WP는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이처럼 환경적 주제를 끌어들여 인종차별을 정당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소개했다. 백인우월주의 시위로 촉발된 2017년 8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 사태 당시 백인우월주의 선동가 리처드 스펜서가 발표한 성명에도 환경보호 강령이 포함됐다. 녹색운동과 무관한 삶을 살아온 두 총격범 태런트와 크루시어스가 범행에 앞서 환경 문제를 언급한 것은 미국 햄프셔 칼리지의 베치 하르트만 명예교수가 “증오의 녹색화”라고 규정한 이런 추세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고 WP는 진단했다.

미국내 주류 환경운동 단체들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젊은 층에 인종주의와 이민 배척주의 이데올로기를 심으려고 환경 문제를 악용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폭력 성향이 있는 불안정한 인물이 이런 사상에 경도될 경우 재앙을 막겠다면서 극단적 행동에 나설 위험도 있다. 지구 인구는 지난 반세기에 2배로 급증해 80억명에 육박하는데, 이를 빌미 삼아 인종차별과 테러를 정당화하려 들 수 있다는 것이다.

디스토피아적인 환경재난 시나리오의 위험성을 경고해 온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욘 크리스턴슨 교수는 “빠져나올 길이 없다고 느낀다면 끔찍한 방법을 쓰려는 사람이 나타날 위험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968년 ‘인구 폭탄’이란 저서로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파울 에를리히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는 “나는 인종주의와 싸우는 데 평생을 썼는데도 그들(백인우월주의자들)은 나를 자주 인용한다”며 낭패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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