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항모 2척 동시 작전···美 ‘항행의 자유’와 본격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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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두 번째이자 독자 기술로 건조된 첫 항공모함인 산둥함이 지난해 12월 취역을 앞두고 하이난성 싼야의 한 해군기지에 정박해 있다(왼쪽 사진). 중국 최초의 항모인 랴오닝함이 2018년 4월 서태평양상에서 기동하고 있다(오른쪽).[연합]

산둥·랴오닝함 잇달아 서해로
대만해협·남중국해 美 압박에
해상 저지선 사수 총공세 나서
中에 제해권 내줄 수 없는 美
“전쟁 나면 결정적 승리 어려워”
구축함·정찰기로 中 허점 공략

중국이 보유 중인 항공모함 두 척을 모두 작전에 투입했다. 시범운행 때를 제외하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이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압박해 오자 총공세로 맞대응에 나서기 위한 몸풀기로 보인다. 주변 해역을 사수하려는 중국과 제해권을 내줄 수 없다는 미국의 ‘힘 대결’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7일 “지난 3일 산둥함이 보하이 일대로 출항한 데 이어 5일에는 랴오닝함이 서해로 항해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두 항모가 동시에 해상 작전을 수행하는 건 지난해 12월 산둥함 취역에 맞춰 시범 운행 차원에서 시도한 이후 처음이다. 랴오닝함은 2012년 실전 배치됐다.

항모를 복수로 운용하면 전투기 가동률을 끌어올려 더 넓은 해역에서 다양한 작전을 구사할 수 있다. 지상에서 둥펑-26을 위시한 대함 탄도미사일이 엄호하고 해상에서는 전투기가 길목을 장악해 미군의 진입을 억제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중국은 독자 개발한 강습상륙함도 내년에 투입할 예정이다. 해군 소장 출신 군사전문가 리제(李傑)는 “두 항모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 개입하려는 미국에 맞서고 중국의 주요 해상 수송로를 보호하는 핵심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해상 전략은 ‘반접근 지역 거부(A2/AD)’로 불린다. 일본·대만·필리핀·말라카해협을 잇는 제1열도선 안으로 미군의 진입을 봉쇄하고, 진입하면 격퇴하는 것이다. 미국보다 해상 전력이 열세인 탓에 대양으로 나가 싸우지 않고 중국의 전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영역을 사수하며 화력을 퍼붓는 구상이다. 한국·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을 압박하는 효과도 있다. 미 태평양함대사령부는 “남중국해 물동량이 연간 5조달러(약 5,937조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 같은 전략은 대미 억지력을 발휘하고 있다. 미 랜드연구소는 2016년 “해상에서 전쟁이 발발하면 중국의 피해가 크겠지만 미국이 결정적 승리를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무력 충돌 시점이 늦어질수록 군사기술이 발전한 중국에 맞서 미국의 피해도 훨씬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미 국방부는 지난 1일 공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이 보유한 함정은 350척으로 미국(293척)보다 훨씬 많다”고 밝혔다. 미국이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지 않는 한 중국의 저지선을 뚫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과거 대함대로 중국을 두껍게 포위하는 데 주력하다가 근래 들어선 소함대를 선봉으로 내세워 중국의 허점을 직접 파고들고 있다. 이른바 ‘항행의 자유’ 작전(FONO)이다. 미 의회조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남중국해에서 미 해군의 FONO 횟수는 2017년 4회, 2018년 5회, 2019년 8회로 계속 늘고 있다. 올해는 지난달 27일 구축함 머스틴이 파라셀 군도의 중국 주장 영해를 지나가며 벌써 7번째 작전을 폈다.

미 군용기가 연일 남중국해를 누비는 것도 마찬가지다. 올해 상반기 정찰 횟수만 2,000회가 넘는다. 고고도 상공에서는 U-2 정찰기가 중국 비행금지구역을 넘나들고, 그 아래에서는 RC-135·P-8A 정찰기가 대만 상공을 수시로 오가며 중국을 입체적으로 자극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FONO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국가들이 자력으로 맞서는 대신 미국만 바라보게 된다는 것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잦은 FONO는 군사적으로도 위험하지만 중국 주변국들의 대미 의존성만 높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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