殺身成仁(살신성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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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문인회 방 두 표

몸을 죽여서 인()을 이룬다의뜻으로 논어(論語미자(微子)에서 공자(孔子)는 말하기를 有殺身以成仁死而成仁則死爲仁死而不足以成仁則不必以死爲仁.’(유살신이성인사이성인즉사위인사이부족이성인즉불필이사위인.) 몸을 죽여 인()을 이룬다했다죽어서 인을 이루면 죽음이 인이 된다죽어도 인을 이루기에 족하지 못하면반드시 죽음은 인이 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또 志士仁人 無求生以害仁 有殺身以成仁’(지사인인 무구생이해인 유살신이성인.) 지사(志士)와 인인(仁人)은 살기 위해 인()을 해치는 일은 없어도몸을 죽여서 인을 이룩하는 일은 있다라고 했습니다이로써 당시의 충의(忠義)의 기본사상을 대강은 짐작할 수 있는 것입니다오늘날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이라는 말은 여기서 유래했습니다손자병법에 보면 옛날 오()나라와 월()나라가 사투(死鬪)를 벌이며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가 되기 전 오나라의 수몽(壽夢)왕에게는 슬하에 제번(諸樊), 여제(餘祭), 여매(餘眛), 계찰(季札)의 4아들을 두었는데다음 왕위를 장남이 아닌 막내인 계찰에게 물려주라고 유언을 하자 형님들이 있는데 어떻게 내가 왕위를 계승 하냐며 아예 산속으로 피신해 버렸다그러자 3째인 여매의 후손인 요()임금(경기왕자)이 왕위를 계승하자 첫째 아들의 장손인 희광공자(姬光公子)(훗날 闔閭;합려왕)가 왕위를 되찾기 위한 방법을 찾던 중오자서(伍子胥)장군과 상의하자 그는 자객(刺客)을 구하여 요()왕을 시해(弑害)하는 것이 가장 간편한 방도가 되겠습니다.’ 고 하자 그건 나도 동감입니다.’ 라며 그럼 그럴만한 인물이 있느냐고 하자 오자서는 즉석에서 전제(鱄諸)라는 만력사(萬力士)가 있는데그자라면 의리도 두텁고 지혜도 풍부하여 그런 일에 능히 잘 해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그러자 희광공자와 오자서는 <전제>를 만나러 그의 집으로 찾아가자, <전제>는 말하기를 저는 죽음 같은 것은 두려운 줄을 모르는 놈입니다다만 집에는 노모(老母)와 어린 것들이 있으므로 거기에 대한 걱정만 좀 해주신다면 무슨 일이라도 해 내겠습니다.’ 이런 얘기들을 나누고 있을 때 전제의 노모가 세 사람 앞에 불쑥 나타나더니아들에게 이 어미는 우연하게도 네가 두 어른들과 주고받는 이야기들을 모두 엿듣고 있었다네가 이 이미 희광공자에게 충성을 다할 것을 맹세한바 있다니 어떤 일이 있어도 그 언약만은 지키도록 해야 한다자고로 충()과 효()는 둘이 아니고 하나이니라효를 위해 충을 저버리는 것은 소()를 위해 대()를 희생시키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 80객 노모는 아들에게 그와 같은 훈시를 남기고 자기 방으로 돌아가 곧 목을 매어 자살을 하고 말았다아들에게 후고(後顧)의 우려(憂慮)를 없게 하려는 노모의 자살이었다이렇게 하여 희광공자는 <전제>에게 어장(魚腸)이란 길이는 세치 밖에 안 되지만 무쇠 갑옷도 종잇장 같이 쉽게 뚫을 수 있는 신검(神劍)을 그에게 주었다. <전제>는 요리사로 변신 요 왕이 제일 좋아하는 농어(鱸魚)를 요리해 왕에게 직접 바치겠다며 가까이 접근 순식간에 어장이란 칼로 요 왕을 살해하므로 희광공자가 왕위를 탈환 할 수 있게 하였다전제는 호위병들에게 잡혀 무참히 난자당해 죽었는데 이것이 살신성인 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