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인플레에 다시 ‘킹달러’…“환율 1,350원 넘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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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일만 100원 치솟아…연준 금리정책 시험대에 3월 FOMC·중 양회 주목

예상치를 상회하는 인플레이션 지표가 긴축 공포를 키우면서 원·달러 환율이 다시 급등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다시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달러 강세를 불러온 것인데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는 강한 변동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27일(이하 한국시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하루만에 18.2원 오른 132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올해는 물론 지난해 11월29일(1,326.6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날 1,315.0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하자마자 1,310원대를 넘어섰고 이후 1,320원대까지 돌파하면서 장중 상승폭을 키워 1,323.5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후 28일 개장과 함께 전장 대비 5.0원 내린 1,318.0원에 출발한 뒤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일단 전날 환율 상승 폭이 다소 과다했다는 인식에 하루 만에 상승분 일부를 되돌리는 모습이다.

■인플레 공포 영향

연초 하락하던 환율은 최근 급등세로 방향을 완전히 틀었다. 지난해 연준의 기준 금리 인상으로 올라가던 환율은 작년 10월25일 최고치 1,444.20원을 찍은 후 올해 초까지 하락 반전했다. 그런데 이달 들어 급격히 방향을 바꾸면서 최근 한 달도 안되는 시간에 지난 2일 기록한 장중 저점 1,216.4원에서 100원 이상 상승했다. 그야말로 ‘킹달러’의 재림인 것이다.

달러 강세가 다시 나타난 것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가 다시 커졌기 때문이다. 24일 발표된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4%를 기록해 전월(5.3%) 보다 오름세가 심해졌다. 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반등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물가지수도 전년 동월 대비 4.7% 올라 시장 예상치(4.3%)를 웃돌았다.

■긴축 속도 다시 높일까

잡히지 않는 물가는 최근 긴축 속도를 조절한 연준에게 새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 당초 이달 초 FOMC에서 연준은 0.25% 포인트 금리를 올렸는데 이는 잘못된 결정이었고 긴축 속도를 다시 올려야 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월가의 대표주자인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은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면서 “연준이 5% 수준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하지 않고 최종 금리가 6%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이견은 커지는 상황이다. 연준 내 대표 매파로 꼽히는 제임스 블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CNBC와 인터뷰에서 “지난 회의 때 0.5% 포인트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고 언급했고 로레타 매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다음 FOMC에서 0.5%p의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밝혔다.

■환율 변동성 더 커질 듯

결과적으로 환율 시장의 변동성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3월 21~22일 예정된 FOMC 전까지 1,350원을 넘어설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까지 원화가 언더 슈팅과 오버 슈팅을 경험하면서 변동성이 심했다”며 “심리적으로 환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시장참가자가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빅 이벤트인 양회도 변수다. 팬데믹 완화와 함께 중국 정부가 대규모 경제 부양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위험 선호 심리가 살아나면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설 수 있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3월 4일 개막하는 중국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중국 리오프닝을 이끌 경제 정책의 골자가 드러나면 그간 위축됐던 시장 심리가 개선되면서 원화 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