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에 빚만 늘었다… 가계부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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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 16.9조 2.4%↑

미국의 가계부채가 지난해 4분기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 주택 모기지 대출과 크레딧카드 잔액 급증의 영향으로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이 지잔주 내놓은 가계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 미국 가계부채는 16조9,000억 달러로 3,940억 달러, 약 2.4% 늘어났다. 이 같은 증가 금액은 20년 만에 최대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와 비교하면 2조7,500억 달러가 늘었다.

가계부채에서 가장 비중이 큰 모기지 대출이 가계부채 증가를 주도했다. 지난 분기 말 신규 모기지 대출은 4,980억 달러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전체 모기지 대출 잔액은 11조9,200억 달러로 2,540억 달러, 약 2.2% 늘었다. 크레딧카드 잔액도 1999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으며, 크레딧카드·자동차 할부대출·모기지 대출의 연체율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딧카드 잔액은 610억 달러 불어났으며 자동차와 학자금 대출 잔액이 각각 280억 달러, 210억 달러 늘었다.

여기에는 20대와 30대가 대출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점이 큰 몫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90일 이상 연체되는 중대 체납률은 모기지의 경우 2021년 말 0.3%에서 지난해 말 0.57%로 증가했다. 크레딧카드 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3.2%에서 4.0%로 상승했다.

뉴욕 연준 이코노미스트들은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아직 연체율이 코로나19 대유행 전보다는 낮은 수준이지만, 문제는 최근 들어 급증세를 보인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정부의 학자금 융자금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는 올해 하반기부터 젊은 층의 부채 증가 폭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에 따라 크레딧카드와 자동차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코로나19 이전 수준까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통상 부채 증가를 불러오는 가장 큰 요인이 실직이지만, 구인난이 심각한 뜨거운 노동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최근 가계 부채 증가는 고물가와 고금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 연은은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오르고 금리 인상으로 이자율이 상승한 것이 연체의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며 “현 수준의 연체율이 경제에 광범위한 압력이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개인 수준의 재정적 어려움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