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보험료’ 자동차 3대 연 8,000달러

473

가이코·올스테이트 등 보험사별 연쇄 인상

밸리 지역에 거주하는 한인 김모씨. 대학생이 된 후 버스를 타고 파트타임 일을 하러 다니는 아들을 위해 지난달 새 차를 구입한 김씨는 최근 3월 자동차 보험료 고지서를 받아들고 깜짝 놀랐다. 보험료 월 페이먼트가 이전보다 두 배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김씨 부부가 그동안 차량 2대를 굴리며 내던 보험료는 월 330달러 수준이었는데, 차 한 대가 더 추가되자 월 700달러 가까이로 뛴 것이다.

김씨는 “새 차를 추가한 데다가 운전 경험이 거의 없는 대학생 자녀까지 포함되다 보니 보험료가 오를 것이라는 각오는 했지만 이렇게 연 보험료가 8,000달러를 넘을 정도로 급격히 뛸 줄은 몰랐다”며 “보험 에이전트한테 물어보니 최근 자동차 보험료 요율이 모두 인상됐다고 하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 속에 각종 물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이처럼 올해 자동차 보험료까지 대폭 인상되고 있어 한인 가계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로 LA타임스는 캘리포니아주 보험국이 지난 6개월 간 보험업체들이 신청한 보험료 인상 계획안을 잇따라 승인해주고 있으며, 올해도 보험료 인상 계획이 줄줄이 잡혀 있어 차량 소유주들의 보험료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21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보험회사들이 차 보험료를 적게는 4.5%에서부터 많게는 무려 20%까지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샌타모니카 소재 소비자 보호 비영리단체인 ‘컨수머 워치독’에 따르면 가이코와 머큐리, 올스테이트 등 보험사들의 자동차 보험료가 지난해 말과 올 1월 들어 주 보험국의 승인을 받아 각각 6.9%씩 인상됐다.

또 다른 대형 보험사들인 스테이트팜, 프로그래시브, 그리고 AAA도 보험료 6.9% 인상안을 주 보험국에 신청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전체 보험사들이 신청한 자동차 보험료 인상 계획안이 모두 100여 건에 달한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뱅크레잇 닷컴의 분석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차량 운전자들은 현재 평균 2,291달러의 자동차 보험료를 내고 있는데, 이는 작년 평균보다 101달러 올라간 수준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에에서 자동차 보험 가입자수가 2번째로 많은 가이코의 경우 작년 12월 보험료 인상 이후 주내 가입자 210만여 명이 내는 평균 보험료가 125달러 올라갔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같은 수치는 평균일 뿐이고 상당수의 자동차 보험 가입자들은 김씨처럼 자녀의 연령 및 차량 종류 등 여러 가지 세부 요인에 따라 추가 보험료를 물고 있어 보험 가입자들이 실제 느끼는 체감 인상율은 더욱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처럼 캘리포니아에서 자동차 보험료가 갑자기 오르고 있는 것은 주 보험당국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보험사들의 요율 인상 요구를 억제하고 있다가 최근 들어 이를 완화시켜 인상안 신청을 일제히 받아들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와 관련 보험사들은 요율 인상 이유로 늘어난 자동차 수리 비용을 들고 있다. 팬데믹 이후 운전자들의 난폭한 운전 습관이 심해졌다는 설명이다. 데니 리터 손해보상보험협회 부회장은 LA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지난해의 경우 보험료가 평균 4.5% 증가하는 동안 업계의 비용은 25% 증가했다”며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그동안 올랐어야 할 보험료를 한꺼번에 올리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 단체들은 보험사들의 보험료 인상이 과하다고 비판한다. 일부 보험사들의 경우 팬데믹 기간 자동차 운행 거리가 줄어든 운전자들에게 받은 돈 일부를 의무적으로 돌려줘야 하는 절차도 아직 덜 완료했는데 보험료부터 올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컨수머 워치독의 제이미 코트 대표는 “보험사들은 여전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운전자들에게 과다 징수한 보험료를 돌려줘야 한다”며 “캘리포니아 보험국은 보험사들이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을 완료하기 전에는 보험료 인상을 승인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