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풀이] 季布一諾(계포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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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두표/시카고문인회

계포는 보통 때 좀처럼 말이 없으나, 한번 대답을 하면 반드시 그것을 지켰기 때문에 그의 대답 한마디는 황금 백 근을 얻는 것보다도 계포의 대답 한마디를 얻는 것이 낫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로서, 원문은 ‘得黃金百斤, 不如得季布一諾.’(득황금백근 이라도, 불여득계포일락 이니라.) <계포>의 말 한마디 약속을 받아 내기란 굉장히 어렵지만 한번 대답을 했다면 황금 백 근을 얻는 것이 그의 한 마디 대답보다 못하다는 말입니다. <계포>는 초(楚)나라 사람으로 의리(義理)있고 사나이다운 기개(氣槪)로 널리 알려져 있었는데, 그는 항우(項羽)(B.C 232-202)(초나라 무장(武將)에 의해 장군에 임명되었었고, 자주 유방(劉邦=高祖)(B.C 247-195)을 곤경에 빠뜨렸다. 그러므로 <유방>이 <항우>를 물리친 다음 <계포>의 체포에 천금(千金)의 상금을 걸고, 그를 잡는데 많은 힘을 썼다. 그를 숨겨 준 자는 삼족을 멸하겠다는 포고령도 내렸다. 이때 <계포>는 노(魯)나라 북양에 사는 주씨(周氏) 집에 몸을 숨기고 있었는데, 어느 날 주 씨가 그에게 말하기를, ‘우리 집도 곧 추격의 손길이 뻗칠 듯 합니다. 그러므로 한 가지 방법으로 머리를 깎고 허름한 옷을 입고, 노예로 변장하여 노나라의 협객(俠客)인 주가(周家)에게 팔려가는 것처럼 꾸며야 추격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여 노예로 위장 팔려가자 <주가>는 그의 아들에게 이르기를 ‘이 노예에게 밭일을 시키되, 모든 일을 항상 그와 상의하여 실시하도록 하라. 식사도 같이하며 결코 소홀이 하지마라.’ 그가 진흙 속에 묻혀있는 보석임을 알아챘던 것입니다. 그래서 <주가>는 평소 친분이 두텁고 고향사람으로 지금은 제후가 되어있는 <하후영>을 만나러 갔는데, <주가>를 반기며, 며칠 동안이나 술잔치를 벌여 융숭한 대접을 했다. <주가>는 술을 마시다가 때를 틈타 넌지시 <하후영>을 떠봤다. <계포>라는 자는 도대체 얼마나 큰 죄를 지었기에 그처럼 쫓기고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계포는 항우 편에 서서 폐하를 매우 괴롭혔소. 그래서 폐하께서는 계포를 심히 미워하셔서 기필코 잡아 죽일 생각이시라오. 그렇다면 대감께서는 계포를 어떻게 보십니까? 고 하자 ‘나는 훌륭한 인물로 생각하고 있소.’ 이에 용기를 얻은 주가는 주군(主君)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것은 신하의 임무입니다. 계포가 항우를 위해 열심히 일했던 것은 임무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천하가 평정된 이 마당에 사적인 원한 때문에 뛰어난 인물 한 사람을 죽이려 함은 도량이 좁다는 것을 스스로 세상에 나타내는 행위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추적이 심해지면 그는 북방의 흉노 쪽으로 달아날 것입니다. 인재를 미워하여 결국 적을 도와주게 되는 격입니다. 그 후 <하후영>은 주가가 말한 내용을 고조(高祖)에게 아뢰면서 계포의 사면(赦免)을 간청하였다. 그러자 제상의 건의를 받아들여 즉시 계포를 사면시켰다. 이 소문이 알려지자 조정에서는 계포와 같은 인물이 그 어려움을 잘도 견디어냈다고 칭찬이 대단했다. 주가 역시 그 일로인해 천하에 명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계포의 용기와 충직함은 더욱 그 명성이 높아졌으며, 벼슬도 계속 높아져 하동(河東)의 태수로 있으면서 변경을 지키는 명장으로 활약하였다. 이리하여 입이 무겁고 의리에 강한 대답한마디를 후세에 계포일락 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