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풀이] 宋襄之仁(송양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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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두표(시카고 문인회 회원)

송(宋)나라 양왕(襄王)의 어리석은 자비심(慈悲心)을 말하는 것으로, 즉 지나치게 착하기만 하여 권도(勸導)가 없음을 이르는 말입니다. 옛날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때B.C 650년경, 송(宋)나라의 군대가 홍수(泓水)라는 강에 먼저 도착하여 진(陳)을 쳤는데, 홍수 강은 초(楚)와 송(宋)의 국경선을 이루는 황하(黃河)의 지류(支流)로서, 일찍이 두 나라가 서로 싸웠던 유명한 고전장(古戰場)이었던 곳입니다. 그 당시 두 나라 군사는 홍수 강을 사이에 두고 정면으로 대치(對峙)해 있었는데, 초군(楚軍)은 20만인데, 송군(宋軍)은 5만 정도에 불과하였다. 이미 병사의 숫자만으로도 송나라가 불리한 형세였는데 병세(兵勢)의 다과(多寡)를 막론하고 적전(敵前)에서 강(江)을 건넌다는 것은 병법 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어리석은 짓이다. 그렇건만 초군(楚軍)은 송군(宋軍)을 무시하고 적전도강(敵前渡江)을 감행하였는데, 송나라의 모사(謀士)인 자어(子魚)가 그 광경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송 왕에게 품(稟)합니다.

‘적은 지금 강을 건너오고 있사온데, 지금이라면 아무리 대군(大軍)이라도 완전히 섬멸(殲滅)시킬 수가 있사옵니다. 대왕께서는 공격명령을 내려 주시옵소서.’ 그러나 송 왕은 그릇된 자비심에 현혹(眩惑)되어 있는 어리석은 위인인지라 그는 고개를 흔들며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적이 기로 물속에 들어 있는 사람을 어떻게 공격을 하오.’ 초군은 강을 건너와서도 진형(陣形)을 갖추지 못해 한동안 우왕좌왕 하고 있었다. 자어가 다시 ‘이 기회를 놓치면 적을 공격할 기회가 영영 없게 됩니다. 대왕께서는 급히 공격 명령을 내려주시옵소서.’ ‘아무리 적이 기로, 진영도 제대로 갖추기 전에 어떻게 공격을 가하오. 군자는 곤경에 빠져있는 사람을 함부로 괴롭혀서는 못 쓰는 법이오.’ 자어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서 ‘전쟁이란 본디 사생결단(死生決斷) 싸움인데, 전쟁판에서 무슨 놈의 자비심이란 말이오.’ 그 한마디를 남기고 숫제 도망을 쳐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 후 송나라가 초군에게 무자비(無慈悲)하게 유린(蹂躪)을 당한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십팔사략(十八史略):[중국 원(元)나라 때 <증선지>(曾先之)가 편찬한 사서(史書)]에 나오는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로 ‘송나라 양 왕의 어짊’ 이라는 이 고사는 처지에 맞지 않게 대의명분(大義名分)만 따지다가는 실패하고 만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이 전쟁의 패배로 춘추전국시대 패권(覇權)을 다투던 송나라는 중소 국으로 전략했고 양 왕은 다리에 맞은 화살의 상처가 도져 몇 년 후 숨집니다. 전쟁이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반드시 이겨 놓고 봐야 하는 것. 공자(孔子)의 인(仁)도 평상시 필요한 덕목이지 전쟁 때는 오히려 희생의 재물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손자병법(孫子兵法) 허실편(虛實篇)에 보면, ‘싸워야 할 땅을 알고, 싸워야 할 때를 알면 반드시 싸워야 한다. 만약 그것을 모르면 비참(悲慘)하게 패배할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뿐이랴. 초군이 적전도강 이라는 졸렬한 작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송 왕이 자기 자신을 모르고 상대방도 몰랐기 때문이었으므로, ‘저를 모르고 나를 모르면 싸움마다 반드시 패한다.’(不知彼 不知己 每戰必敗(부지피 부지기 매전필패), 자어는 탄식하기를 ‘싸움은 이기는 게 목적이다. 현실감각이 없는 송 왕을 비웃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