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풀이] 漁夫(父)之利(어부지리) 와 蚌鷸之勢(방휼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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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두표(시카고 문인회 회원)

우리는 흔히 ‘어부지리’라는 말을 많이 들어 잘 알고 있고, 또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전에는 ‘쌍방이 다투는 틈을 타서 제3자가 애쓰지 않고 가로챈 이득(利得)’ 이라고 되어있습니다. 이 말은 사기(史記)에 나오는 말로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니고 비유로 한 말입니다. 옛날 중국의 조(趙)나라(기원전 403-222) 가 연(燕)(?-222)을 공격하려 하였다. 그러자 <소대>(蘇代)가 조(趙)왕을 설득하였는데, 이렇게 말 했습니다.

‘제가 이곳에 오던 중 역수(江)를 건넜습니다. 그런데 조개란 놈이 먹이를 찾던 도요새의 주둥이를 꽉 물고 있었습니다. 도요새가 이놈아! 앞으로 2-3일 동안 비가 오지 않게 되면, 넌 말라 죽어버릴 것이다. 라고 하자 그 조개도 지지 않고, 무슨 말이냐. 너야말로 굶어죽게 될 것인데. 라고 대꾸하였습니다. 그리고는 계속 그렇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러자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어부>(漁夫)가 그 두 놈을 모두 잡아 망태에 담고는 가 버렸습니다. 힘 안들이고 동시에 두 가지를 쉽게 얻었습니다. 이처럼 지금 조(趙)나라는 연(燕)나라를 치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옆에 진(秦)나라가 이 <어부>처럼 가만히 앉아서 ‘이득’(利得)을 보지 않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조나라 왕은 공격(攻擊)을 단념(斷念)하였다는 데서 유래된 사자성어(四字成語)입니다. 그런데 조나라와 연나라는 기원전 222년에 진(秦)나라가 멸망시키고 결국 천하를 통일하였으며, 이때, ‘진시황제’(秦始皇帝)(천하를 통일한 최초의 황제라는 뜻.)가 된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도요새’(鷸)와 ‘조개’(蚌) 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것이 ‘어부지리’를 하게 만든 사건의 시작으로 이 말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것 같습니다. 즉 도요새와 조개가 서로 버티며, 자신들 둘 다 연약한 존재인데 서로 버티며 어느 쪽 도 유리한 조건이 없는데도 무리하게 싸우고 있는 형세(形勢), 즉 이 말을 한자어로 바꾸면 ‘蚌鷸之勢’(방휼지세)가 되는 것입니다.

요새’(鷸;휼=도요새, 또는 물총새),가 ‘방’(蚌;방=방합, 조개) 조개를 먹으려고, 덮게 안에(몸 뚜껑) 주둥이를 집어넣는 순간, 방합(蚌)이 재빨리 뚜껑을 닫는 바람에 도리어 물려서 꼼짝 못하고 서로 버티고 있다는 뜻으로, 적대(敵對)하여 버티고 양보(讓步)하지 않음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둘 다 물가에서 작은 생물을 잡아먹고 사는 나약한 존재인데 더 큰 세력이 호시탐탐(虎視眈耽) 노리고 있다는 것을 망각(忘却)하고 어리석은 허세(虛勢)를 부리다가 함께 멸망당하는 것을 비유로 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도요새’나 ‘방합’중, 어느 쪽에도 유리한 것은 없으며 절망(絶望)에 빠져들게 되어, 결국 쌍방이 다투는 틈을 타서 ‘제3자가 애쓰지 않고 가로챈 이득’을 일컬어 ‘漁父(夫)之利’(어부지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예화로 진(秦)나라 소양왕(昭襄王)은 제(齊)나라의 맹상군(孟嘗君)이 현명(賢明)하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나라 재상으로 삼으려고 그를 초청하려하자 소대(蘇代)는 말하기를 ‘오늘 아침 제가 이곳으로 오다가 나무로 만든 인형과 흙으로 만든 인형이 말다툼하기를, 하늘에서 비가내리면 넌 금방 허물어져 버릴 거야. 흙 인형은 나는 흙으로 만들어 졌으니 흙으로 돌아가면 되지만, 너야 말로 어디까지 떠내려가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 비가 오면 둘 다 무너져 버릴 존재임을 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