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풀이] 糞土之牆(분토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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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두표/시카고 문인회

더러운 흙으로 쌓은 담장은 흙손으로 다듬을 수가 없다. 는 뜻으로 이 말은 논어(論語) 제5편 공야장(公冶長)에 실려 있는 글로서, 공자(孔子)의 여러 사람에 대한 인물평(人物評)으로 사람에 대한 슬기나, 지혜, 선악득실(善惡得失)을 생생하게 논한 장이며, 인간의 이상형과 사람을 선택하고 등용해 쓰는 법을 은근히 가르치고 있는 장인데 마침 제자인 재여(宰여)가 게으름을 피우며 낮잠을 자니 그런 게으른 자를 책망하며 한 말입니다. 원문은 ‘朽木不可雕也, 糞土之牆, 不可杇也, 於予與 何誅.’( 후목 은 불가조야 며, 분토지장 은, 불가오야 니, 어여여 에 하주리오?) 즉 썩은 나무에는 조각 할 수가 없고 더러운 흙으로 쌓은 담(牆)은 흙손으로 다듬을 수가 없다. 는 말로, <공자>는 할 일을 버려둔 체 낮잠을 자고 게으름을 피우는 제자인 <재여>를 책망하면서 한 말로, ‘전에 나는 남을 대함에 그의 말만을 듣고 행실을 믿었지만, 이제 나는 남을 대함에 그의 말을 듣고서도 그의 행실을 살피게 되었으니 <재여>로 해서 내가 이렇게 사람대하는 태도를 고치게 되었다.’ 며 신랄(辛辣)하게 제자의 게으름을 가혹하게 평(評)했습니다. 본인 자신의 입으로는 학덕(學德)을 쌓겠다, 또는 군자(君子)가 되어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나라를 잘 다스리고, 온 세상을 편안 하게함.)하겠다고 나섰던 문제(門弟)들에게도 <공자>로서는 실망이 컸기 때문에 엄하게 질정(叱正)(꾸짖어 바로잡음.)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제목의 ‘糞土’(분토)란, 똥을 섞은 흙, 즉 거름을 말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부패로 썩은 사람을 말하는데, 분전(糞田)은 거름을 준 밭을 말하는데, 불교계에서는 ‘예토’(穢土)라고 하는데, 이는 더러운 땅, 곧 이승(이 세상)을 말합니다. 즉 이 세상은 온갖 더러움으로 물들어 있다는 말입니다. ‘穢’(예)는 악하다는 뜻도 들어있습니다. 이 말의 반대는 ‘정토’(淨土)로 부처가 사는 깨끗한 세상, 곧 극락(極樂)을 말합니다. 그다음 ‘牆’(장)은 담장, 또는 사물을 나누어 놓은 칸막이를 말하는데, ‘爿’(장=나무판자)과 ‘嗇’(색=곡식을 저장해둠)의 합자로 ‘나라의 곳간에 저장해둔 곡식을 도둑이 훔쳐가지 못하게 ‘回’(이중으로 된 곳간)에 저장하고 또 앞에다 판자로 담장을 친 뜻의 글자입니다. 그런데 이 중요한 곳간을 지키는 부패한 관리가 도리어 이를 훔쳐간다면 지키나 마나합니다. 분토지장(糞土之牆)이란 이런 부패한 자가 나라의 곳간을 지키기는커녕 국고를 탈취해 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러나 썩은 흙으로 담장을 쌓을 수는 없지만, 흙이 더러우면 초목(草木)이 잘 자라고, 물고기는 물이 너무 맑으면 살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지도자는 마땅히 때 묻은 더러운 것도 내치는 것보다 그 사람 재능에 맞는 곳에 배치하는 아량을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옳지 못한 일은 바로 고쳐야지 다음으로 미룰 수 없다며, <맹자>(孟子)는 등문공(滕文公) 편에서 말하기를 ‘매일 이웃집의 닭을 훔치는 자가 있었는데, 이를 본 사람이 이런 짓은 군자(君子)의 도리(道理)가 아니므로 그만 두라고 하자, 그는 훔치는 숫자를 줄여 한 달에 한 마리씩만 훔치다가 내년에 가서 그만두겠다. 고 대답을 하더랍니다. 옳지 못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빨리 그만두어야지 어째서 내년까지 기다린단 말인가? 이런 자가 바로 썩은 흙과 같은 자로 나라의 곳간지기를 맡기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