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풀이] 鷄鳴狗盜(계명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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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두표(시카고 문인회 회원)

 

계명구도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풀면, ‘닭이 우는 소리와 개 도둑’ 이라는 뜻으로 사전에는 ‘행세하는 사람이 배워서는 아니 될, 천(賤)한 기능(技能)을 가진 사람을 말한다’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의 참뜻은 사람은 아무리 천한 신분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요긴(要緊)하게 쓸모가 있으며, 사람은 모두 귀하고, 버릴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교훈으로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말이 생겨난 연유는 옛날 중국에 <맹상군>(孟嘗君; 戰國時代 四公子 중의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자기 집의 재산을 다 털어 천하의 식객(食客)들을 불러 모아, 아예 한 마을이 다 그의 식객이었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맹상군>은 제(齊)나라 사람으로(A.D?- 278년), 당시의 강대국인 진(秦)나라의 <소양왕>(昭襄王)이 그의 현명함을 알고는 자기나라의 재상(宰相)으로 발탁(拔擢)하려고 그를 초청했지만, 신하들의 무고(誣告)로 오히려 감옥(監獄)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이럴 때 왕이 가장 총애(寵愛)하는 후궁(後宮)이 있었는데 사람을 보내어 뇌물을 바치고 어떻게 풀려나기를 간언했지만, 왕에게 선물로 바친 ‘흰 여우 가죽옷’이 갖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옷은 한 벌밖에 없는 아주 귀중한 것인데, 이때 식객 중에 아무리 은밀한 곳에 숨긴 물건이라도 감쪽같이 훔쳐낼 수 있는 재주를 가진 ‘개 도둑(狗盜)’이 그 옷을 도로 훔쳐내어 후궁에게 바치고 도망을 칠 수 있었지만, 곧바로 왕이 알고는 추격을 했는데, 함곡관(函谷關)(진나라 하남성(河南省)에 있는 성문)까지 왔으나 ‘닭이 울기 전에는 절대로 관문을 열어 줄 수 없다.’ 는 병사(兵士)의 완강함에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궁지에 빠져있을 때, 이번에는 식객 중에 ‘닭 울음소리(鷄鳴)’를 아주 흉내를 잘 내는 사람이 있어 ‘꼬끼오- 꼬꼬—’ 그러자 부근의 닭들이 새벽이 온줄 알고, 화답(和答)이라도 하듯 일제히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드디어 <함곡관>문이 활짝 열리고 <맹상군>일행은 무사히 빠져 나올 수 있었습니다. 뒤 늦게 왕의 군대가 도착했지만, 이미 안전한 곳으로 피신을 한 후였습니다. 이처럼 ‘닭 울음소리(鷄鳴)와 개 도둑(狗盜)’ 같은 천한 사람 때문에 자신의 하나밖에 없는 귀중한 목숨을 건진 것으로부터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생겨났습니다. 이전에 <맹상군>이 ’닭 울음소리 나 흉내 낼 줄 아는 사람과 개 도둑 출신’을 식객으로 받아 줄 때, 다른 식객들은 그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조차 꺼려했으며, 한 자리에 같이 앉는 것조차 큰 수치(羞恥)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맹상군>이 정작 어려움을 당했을 때, 결국 두 사람이 그의 목숨을 살려 낸 것입니다. 이처럼 사람에게는 보잘 것 없어 보여도 아주 귀하게 쓰임을 받는 재주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우리에게 교훈으로 일깨워 주는 고사(故事)입니다. <맹상군>은 사람을 보는 안목(眼目)이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도 사람을 쓸 때, 그 사람의 학벌이나, 외모만 보지 말고,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特性)’을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도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하마터면 버려질 뻔 했던 일이 있었는데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교훈(敎訓)을 몸소 겪은 경험(經驗)을 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