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생각하며 빚은 송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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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나일스 요양원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연장자들이 추석을 맞아 송편을 빚고 있다.

나일스요양원 할머니·할아버지들 추석 맞아

“앙증맞고 깍쟁이같이 생긴 건 서울 송편, 크고 먹음직스러운 건 평양 송편, 얇고 물결 모양을 가진 건 충청도 송편···”

170여명의 한인 연장자가 거주하고 있는 나일스요양원에서 지난 12일 오후, 추석(13일)을 하루 앞두고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한인 할머니, 할아버지 20여명이 송편을 빚으며 향수에 젖었다. 이들이 만든 호박과 깨가 들어간 손 송편은 무려 250여개. 1시간 동안 흥겨운 한국 노래를 들으면서 빚어낸 다양한 송편의 크기와 모양만큼이나 고향도, 풀어내는 삶의 이야기도 제각각이었다.

평양 출신인 김영숙(93) 할머니는 “어릴 적에 부모님과 함께 집에서 송편을 빚어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만들어놓은 송편들을 보니까 모양이 다 가지각색이지만 모두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똑같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한인 연장자 회장을 맡고 있는 백충웅(81) 할아버지는 “추석을 앞두고 송편을 빚고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니 어머니, 아버지, 동생 등 가족 생각이 많이 난다. 미국에서 한복을 입고 한국 노래를 들으면서 송편을 빚으니 무척 즐거웠다”고 말했다.

제나 리 한국부 액티비티 담당 직원은 “매년 추석이 되면 한국 명절을 추억하시고 기념하시도록 송편에 쓰일 반죽과 소를 제공해 송편을 빚게 도와드린다. 빚은 송편들은 그대로 쪄서 저녁에 내놓는다. 어르신들께서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니 무척 기쁘고 보람된 하루였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신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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