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뇌와 교육-Part V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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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임(위스콘신대 교수/유아교육학 박사)

후생유전학은 유전자의 변화가능성을 말하고, 인간 삶의 발전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래서 아동의 온전한 성장과 발달을 위하여, 타고난 유전자와 주변 환경의 영향이 잘 어우러지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유전자의 발현에 있어서, 아기가 태어나기 전과 후로 1년 동안 외부에서 받는 환경의 영향은 실로 상당하지만, 아이의 ‘뇌 성장’과 인간 발달은 계속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이 타고난 좋은 성향과 잠재력을 키우고, 자기 가능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것이 가정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양육자가 아이와 ‘상호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우선적으로 갓 태어난 아기의 생존을 위해서 영양공급이 알맞게 이루어지도록 하고, 아기가 보내는 애착형성을 위한 신호들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 왜냐하면 애착으로 인한 ‘친밀한 결합 관계’는 유전자가 좋은 방향으로 발현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발달의 기초를 쌓아 주기 때문이다.

사실상 부모나 보호자가 하는 말과 얼굴 표정, 터치(touch, 접촉) 행위 하나하나가 아기에게 유익한 자극이 된다. 아이들은 외부로부터 끊임없이 반복적인 자극을 받고, 모든 정보를 오감을 통해서 스폰지처럼 빨아들인다. 이때 뇌에서 신경세포 간의 전달, 즉 시냅스(synapse) 전달이 보다 촉진되고 활성화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어린아이의 뇌에서 이루어지는 기초 공사가 바로 정보의 흡수와 학습 능력, 그리고 사회 정서적 발달에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특히, 신체적 접촉이 매우 중요하다. 어른들도 포옹과 키스를 통해서 서로의 사랑을 재확인해 가듯이 접촉은 아이에게 안정감과 신뢰감을 갖게 한다. 즉, 부모가 아이를 많이 안아주고 보듬어주어야, 아이가 부모의 사랑을 느껴 더욱더 의지하고 기대며 잘 따르게 된다. 게다가 보호자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의 양만큼 ‘질’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예를 들면, 가정이나 어린이집에서 기저귀를 갈 때에 무뚝뚝하게 귀찮은 듯이 기술적으로 대하지 말고, 상냥한 톤으로 말을 건네면서 미소 띤 얼굴로 정답게 하도록 한다. 아이가 축축한 기저귀를 갈아서도 좋지만, 기저귀를 가는 손길에서 따뜻함을 느끼고, 동시에 그 시간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일석이조가 아닌가?

아이들은 유아기와 아동기와 청년기를 거치면서 안정적이고 안전한 가정 분위기에서 자라는 것이 좋다.   부모가 아이를 다정하게 보살피고 지도하면, 부모와 자식 간의 애착의 힘이 놀랍게 강해진다. 그래야만 아이의 뇌 신경망과 인지망이 보다 튼튼하고 알차게 강화되어, 장단기적으로 성장과 발달에 이롭게 작용한다. 결국 지덕체의 건전한 발달은 뇌가 전반적으로 균형 있게 발달하는 데에 달려있다.

내가 자주 가는 이탈리안 식당들이 있다. 그런데 최근에 여자아이들이 노는 것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첫 번째 식당에서 본 아이는 아주 편해 보이는 파란색 점프수트를 입고 있었다. 그 아이는 한동안 식탁보를 만지작거리고 들춰 보다가 간간이 식당 안을 왔다 갔다 했다. 아이가 너무 멀리 갔다 싶을 때마다, 엄마가 일어나 가서 아이를 식탁 쪽으로 끌어당겼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또 다른 식당에서는 아빠가 어린 딸을 데리고 왔다. 그 딸은 아주 예쁜 공주 드레스를 차려 입었고, 긴 머리에는 티아라 머리띠까지 하고 있었다. 옆자리에는 집에서 갖고 온 귀엽지만 꽤 큰 봉제 인형을 앉혀 놓았다. 그 아이는 아빠의 말에 귀 기울이며, 웨이트리스의 질문에도 곧잘 답했다. 대체적으로 시종일관 얌전한 모습으로 조용했다. 내가 보기에 그 두 아이는 무척 행복해 보였다. 그런데 한 시간여 동안 관찰하면서 느낀 바가 있다면, 그때 그 아이들의 기질과 노는 모양이 확실히 달랐다는 점이다. 물론 아이들에게 이렇다 저렇다고 ‘꼬리표’를 달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러나 때론 부모가 아이의 기질을 파악하면, 양육이 보다 수월해질 수도 있다. 아이마다 순하게 타고나기도 하고 때를 많이 쓰기도 한다. 그러므로 양육시에 아이들의 기질과 성격이 환경적 요소와 조화롭게 잘 맞아 떨어지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아이의 잠재성이 순조롭게 발현되고, 꽃을 피우고,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결코 정체되어 있지 않다! 인간의 뇌는 항상 듣고 배운다! 참으로 인간의 생애에 있어서 후생유전학의 힘과 기능이 암시하는 바는 매우 깊고 넓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