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직격탄$빅테크 반토막에‘곡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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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데이론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제는 온라인 고금리 할부대출이 재정적으로 취약한 서민층을 노리고 있다.[AP]

금융위기 후 최악, 나스닥 연초대비 27% ↓
“내년 상반기까지 부진, 하반기 회복 기대”

■ 뉴욕증시 결산&전망

코로나 팬데믹 속에 증시가 호황이던 지난해 주식 투자를 시작한 한인 김모씨는 요즘 연말이 우울하다. 당시 빅테크 종목들의 호황 속에 아마존과 테슬라 등 기술주 위주로 주식을 사들였는데 올해 금융 긴축 국면에서 계좌가 말 그대로‘박살’이 나버렸기 때문이다. 김씨는“대부분 종목들이 반토막 이상이 나면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분산투자를 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한때 성장주의 총아로 불렸던 테슬라 주식에 올인했던 한인 투자가 박모씨는 그야말로 울상이다. 한때 주당 1,000달러 이상으로 오르며‘천슬라’로 불렸던 테슬라 주식은 올해 주식분할을 거친데다 폭락을 거듭하며 이제는 주당 11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올들어서만 주가가 68%가 폭락하며 3분의 2토막이 나버린 것이다.

■금융위기 후 최악 증시
이처럼 올해 뉴욕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지난 2008년 이후 최악의 한 해로 기록될 상황이다. 다우존스지수는 2020년 초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풀린 막대한 유동성에 힘입어 상승세를 지속하다가 올해 들어 연준의 통화긴축 정책에 하락을 계속하며 고점 대비 20%가 빠지는 ‘베어마켓’(약세장)에 공식 진입한 바 있다. 다우지수는 이후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여전히 연초보다 4.8% 낮다.
전문가들이 지수 5,000 돌파를 점쳤던 S&P 500지수의 경우 올해 연초 대비 14%나 떨어지며 3,800선마저 내줬고,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27%나 하락하며 10,000선이 무너질 위기에 몰렸다.
■빅테크가 폭락의 중심
올해 증시 폭락의 중심부에는 빅테크 중목들이 있다. 최근 약 10년간 증시 랠리를 이끌어온 대형 기술주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과 테슬라 등은 올해 그야말로 주가가 녹아내렸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시장을 이끌어 온 테슬라의 경우 최근 한 달 새 폭락을 거듭하며 올 한 해 주가가 68% 이상 빠졌다. 28일에는 주가가 3.31% 회복하며 112.71달러가 됐지만 전고점(402.67달러)과 대비하면 하락률이 70%가 넘는다. 팬데믹 기간 중 가장 수혜주로 꼽혔던 아마존도 주가가 연초 대비 51%나 빠지며 반토막이 났고, 메타(구 페이스북) 주가도 지난 1년 간 66%가 폭락하며 죽을 쒔다. <그래픽 참조>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빅테크 대장주라고 할 수 있는 애플마저도 최근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28일 125.87달러로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애플 주가는 올 1년 간 30% 가까이 내렸다.
■금리 인상이 기술주에 ‘악재’
올해 증시를 끌어내린 요인은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긴축이었다.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사상 최초로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 금리 0.75% 포인트 인상)을 밟는 등 돈줄을 조이면서 주식 시장에 악재를 초래했다.
금리 인상은 기본적으로 시장에 풀린 돈을 회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증시에 악영향을 미친다. 빅테크 업체들의 경우 사업 특성상 대규모 자본이 필요해 시중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금융환경 변화가 주가에 큰 타격을 줬다.
이제는 긴축을 지나 경기 침체가 증시에 하방 압력을 키우는 상황이다. 연말로 갈수록 내년 초 경제가 실질적으로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이는 그 자체로 주식시장에 큰 악재다.
■내년 전망은
시장에서는 내년 주가 흐름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경기를 진정시키려 하는 만큼, 일부 투자자들은 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지속될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더라도 채권 매각을 통한 양적긴축(QT)은 계속할 계획이어서 내년 초 증시에 하락 압력이 있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반면 중간선거에서 공화·민주 양당이 상·하원 의회 권력을 나눠 가져 불확실성이 줄어든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이 예상되므로 낙폭이 지나친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투자은행(IB) 뱅크오브아메리카는 1986년 이후 S&P 500지수에서 1∼10월에 10% 넘게 떨어진 종목은 다음 3개월간 평균 5.5% 올라 지수 상승률을 상회했다면서, 내년 초 낙폭 과대주의 반등 가능성을 언급했다.
주요 투자회사들이 내년 증시 전망을 상반기에는 부진, 하반기에 회복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분간은 투자의 방망이를 짧게 잡을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손실을 만해하겠다며 하락장에서 대량 저가 매수를 하기 보다 천천히 시장 상황을 살피면서 스텝을 밟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JP모건은 “우리는 시장 변동성이 여전히 높아 또 다른 하락장이 출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연준이 금리인상을 끝낸다는 신호를 보내고 그 후 자산 회복이 속도를 내면 시장은 다시 올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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