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여 “이 정도는 올라야지 vs 어림없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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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와 직원 갈등 심화…기업 4.1%·직원은 6.7%

급여와 성과급 등 연봉 인상 폭을 놓고 미국 내 직장인과 기업 사이에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다. 고물가에 생활비 부담이 커진 직장인들은 급여의 대폭 인상을 기대하고 있는 반면 기업들은 고금리 여파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 급여 인상을 억제하거나 최소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고금리 시대에 급여 인상을 놓고 기업과 직장인 사이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고 있어 자칫 임금 분쟁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3일 월스트릿저널(WSJ)은 급여 인상이 미국 내 기업과 직장인 사이에 올해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급여 인상을 놓고 기업과 직장인 사이에 커다란 입장 차이가 존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직장인들은 올해 급여의 대폭 인상을 기대하고 있지만 기업은 인상 최소화내지 현상 유지로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 컨설팅업체 머서가 1,000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업들은 올해 성과급을 평균 3.5% 올려 지급해 총 급여가 평균 4.1%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인상폭은 조사를 시작한 지난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최대 상승치에 해당한다.

기업들은 지난 2021년과 2022년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직원 확보를 하기 위해 급여 인상이라는 카드를 집어 들면서 인건비 부담이 증가됐다. 기업들이 직원들의 급여 인상에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선 데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라는 경제적 변수 때문이다. 경기 침체가 우려되면서 인건비를 비롯한 비용 절감을 통해 경영 효율성을 확보하는 게 기업에게는 생존을 위한 전략이다. 지난해부터 테크 기업에서 촉발된 대량 해고 현상이 전 산업 분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급여 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기업과는 달리 직장인들은 올해 대폭 적인 급여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 민간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미국 내 2,000여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대다수 직장인들이 올해 급여 인상을 예상하고 있으며 인상폭은 평균 6.7%로 나타났다. 지난해 직장인들의 급여가 평균 6.5%나 오른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수준을 상회하는 급여 인상 기대치다.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으로 생활 물가가 급여 인상폭보다 더 오르면서 급여가 올랐지만 실질적으로 급여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 급여 인상 기대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들어 성과급과 기본 급여 인상폭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수치로 감지되고 있다. 머서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직장인들의 기본 급여 상승폭은 3.4%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상승폭인 4.7%에 비해 1.3%포인트 떨어져 기본 급여가 줄어들었다.

기업과 직장인 사이에 급여 인상을 놓고 입장 차이가 커지면서 임금 분쟁으로 번지는 산업군도 나타나고 있다. 할리웃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 작가들로 구성된 미국작가조합(WGA)이 임금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15년 만에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 파업으로 유명 인기 TV 토크쇼 등이 잇달아 결방하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