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생각] 비닐봉투 아낌없이(?) 쓰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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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생각] 비닐봉투 아낌없이(?) 쓰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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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정 기자

 

미국에서 생활하다보면 한국과 비교해 엄청난 비닐봉투 사용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곤 한다. 마트나 샤핑몰에 가면 점원이 두텁게 쌓아놓은 비닐봉투 1장씩 물건을 각각 담아주기도 하고 두 겹 세 겹으로 포장해주는 모습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일찍이 환경부가 1999년 2월부터 ‘비닐봉투 유상판매제’를 도입함에 따라 장바구니 이용률을 높여왔으며 소비자들은 비닐봉투 대신 종이상자나 재사용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는 것이 이미 습관화 돼있다. 그러니 다량의 비닐봉투 사용이 생활화 돼 있는 미국이 내게는 매우 낯설다. 비닐은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물질로 지구 환경파괴 주범의 하나다. 이런 비닐사용을 규제하는 전세계 국가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임에도 정작 최선진국이라는 미국에서는 주민들이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고 있으니 좀 답답한 노릇이다.

미국에서도 비닐봉투 사용에 규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워싱턴 D.C., 로스앤젤레스 등 150여개의 도시에서는 비닐봉투 사용을 규제하고 있다. 2014년 9월 캘리포니아주가 미국내에서 주정부 차원에서는 최초로 일회용 비닐봉투 무상제공을 전면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비닐봉투 규제가 점차 강화,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주정부 차원에서 비닐봉투 사용을 엄격히 규제하는 주는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한국처럼 비닐봉투 사용을 줄이는데 있어서 앞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뒤늦게나마 시카고시에서도 작년 4월 프랜차이즈, 체인 소매점, 1만 평방피트를 초과하는 상점에 대한 비닐봉투 사용 금지를 골자로 하는 조례안이 통과돼 금년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기로 해 그나마 다행이다. 8월이후 비닐봉투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회당 300~500달러 과태료가 부과된다.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약간의 불편함만 감수한다면, 즉 대형마트에서만 사용을 안해도 전체 봉투 사용량의 70%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비닐 봉투 사용이 줄어들면 기존 비닐 쓰레기 처리를 위한 비용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그 비용이 강을 청소하는 곳 등에 사용되는 등 결과적으로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국가에서 투자하는 비용도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지구 온난화 현상과 더불어 세계 수많은 환경단체가 환경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는 가운데 개개인이 비닐봉투 낭비를 조금씩 줄여나가는 노력만으로도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환경보호를 위해 거창한 것을 할 필요는 없다. 샤핑할 때 비닐봉투 사용을 스스로 자제한다면, 이것이 바로 환경보호에 동참하는 첫걸음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