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봉제업계 80% 여전히 ‘탈법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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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당국 조사·단속 강화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을 포함한 남가주 지역 봉제업체들의 대다수가 여전히 타임카드와 임금 명세서 누락 및 피스레이트 임금제 실시 등 노동법 관련 탈법 행태가 만연해 있다는 연방 정부의 조사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연방 노동 당국은 이처럼 임금 미지급 및 체불 등 관행적인 탈법 행태에 대한 단속을 적극적으로 강화해 체불 임금 등을 모두 환수하는 등 법적 후속 조치를 경고하고 있어 한인 봉제업계에서도 경기 부진 속에 노동법 단속 강화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방 노동부는 지난주 남가주에서 50개 봉제업체들을 무작위로 선정해 조사한 결과를 공개하면서, 조사 대상 50개 업체들 중 무려 80%에 해당하는 40개 업체들이 임금 지급과 관련해 연방 공정근로기준법(FLSA)을 위반한 불법 행위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남가주 봉제업체 5곳 중 4곳이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미다.

연방 노동부에 따르면 가장 많은 위반 사례는 정확한 근무 시간을 기록하는 타임카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임금지급 명세서를 발행하지 않는 것으로 모두 64%의 업체들이 위반했다. 심지어 절반이 넘는 봉제업체들은 아예 임금 지급 사항을 회계 장부에 기록하지 않고 누락하거나 허위로 작성해 임금 착취와 함께 탈세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캘리포니아에서 지난해부터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일명 ‘피스레이트’(piece rate) 임금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방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조사 업체 50곳 중 32%가 생산량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는 피스레이트로 직원들의 임금을 정해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한 봉제업체의 경우 피스레이트로 직원의 임금을 시간당 1.58달러만 지급한 사례도 적발됐다. 지난해 1월부터 가주에서 시행에 들어간 SB62 법안은 저임금에 의한 임금 착취의 도구로 활용된다는 점에서 피스레이트 임금 지급 방식을 금지하고 있다.

연방 노동부는 남가주 봉제업체들이 저임금의 임금 착취라는 범법 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데는 대형 의류 판매업체들의 낮은 봉제 하청단가 관행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연방 노동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 의류 판매업체들의 제시하는 봉제 하청단가가 낮다 보니 연방 정부가 규정한 최저임금 보다도 평균 2.75달러나 적은 임금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연방 노동부는 조사 결과를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탈법으로 제대로 지급되지 못한 체불 임금을 환수하는 법적 조치에도 나서고 있다. 연방 노동부는 지난해 LA를 비롯해 샌디에고, 웨스트 코비나의 지역 오피스를 통해 296명의 체불 임금 89만2,000달러를 환수했다. 이는 전체 임금 체불 규모 중 42%에 해당되는 수치다. 연방 노동부는 탈법에 의한 임금 착취로 체불된 임금의 환수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이번 연방 노동부의 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한인 봉제업체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지난해 피스레이트 금지법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데다 사양 산업으로 장기적인 경기 침체까지 겹친 상황에서 연방 노동부의 조사 결과는 한인 봉제업체들에게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 한인 봉제업체 업주는 “공장을 타지역으로 옮기거나 전업을 통한 폐업을 하는 업체들도 늘어나면서 동료 업주들이 사라지고 있다”며 “언제까지 봉제업을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차기 연방 노동부 장관으로 남가주 노동 현장에 정통한 줄리 수 차관을 지명한 것을 두고 연방 정부 차원의 남가주 봉제업계의 탈법 단속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해원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많은 한인 봉제업체들이 타임카드, 페이 스텁, 원청업체와 계약서 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아 연방 노동법(FLSA)의 임금 미지급 단속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남가주 의류 및 봉제업계를 잘 알고 있는 줄리 수 차관이 장관직에 오르면 연방 노동부의 단속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