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침례교단, 성비리 교역자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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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침례교는 오는 6월 중순에 연례회의를 소집하고 목회자들의 성비위 보고서 조사 내용과 권장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

비밀 소유 드러나…파문 확산에 곧 703명 공개
가톨릭 신부 성추행 이은 또 다른 파문될 듯

미국 최대 개신교 교파인 남침례교단 지도부가 지난 20여년 간 성학대 혐의를 부적절하게 처리하고 교회의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개혁안을 거부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고 뉴욕타임스가 24일 전했다.
남침례교단은 성비리 조사를 위해 사설기관 ‘가이드포스트 솔루션스’을 고용해 혐의를 조사해왔으며 남침례교단 집행위원회의 전 직원이 수집한 성적 학대로 기소된 교역자 703명의 비밀 명단을 공개하면서 파문이 확산되었다. 특히 집행위원회의 전 부회장이자 법률고문인 오거스트 보토와 전 남침례교단 대변인 로저 올햄이 10년 넘게 학대 혐의로 기소된 목회자 명단을 보관하고 있었으나 그 어떤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는 집행위 전 직원의 폭로에 따라 마침내 명단이 세상에 알려졌다.

26일 웹사이트에 공개된 자료는 205페이지 분량으로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발생한 피해 사례가 상세하게 적혀있다. 여기에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남침례교단 총회장을 지낸 자니 헌트 목사가 2010년 휴가 중에 다른 목회자의 아내를 성폭한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4명의 증인이 확보된 신빙성 있는 주장으로 헌트 목사는 이를 부인했지만 지난 5월13일 남침례교단 북미 선교위원회를 사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보고서는 일부 고위지도자들이 지난 20년 간 피해자들의 성학대 보고에 대한 대응을 통제했고 교단 측은 법적 책임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개혁에 대한 많은 노력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하나의 예로 지난 2007년 기소된 성범죄자들을 추적하자는 제안이 이듬해인 2008년 개별 교회의 자율성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거부되었다며 심지어 최근 몇 년간 지도자들이 “학대 혐의자들을 보호하거나 심지어 지지했다”고 주장했다.

남침례교단 집행위원회 로랜드 슬레이드 의장과 윌리 맥로린 임시대표는 공동성명을 내고 “교회에서 앞으로 일어날 성추행 사건을 예방하고, 우리의 대응과 조치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조사는 지난 2019년 텍사스주 휴스턴 크로니클과 샌안토니오 익스프레스가 남침례회 성폭력 피해 기록 보고서를 입수하면서 촉발되었다. 당시 보고서에는 지난 1998년부터 20년간 380여 명의 남침례회 소속 목사와 봉사자들에 의해 최소 700명의 성학대 피해자들이 발생했으며, 그 중 대부분이 미성년자라고 폭로했다. 이후 성비리 파문과 교회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대혼란을 겪어온 남침례교단은 성학대를 당한 피해자들의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지난 여름 교단 연례회의에 모인 대표들이 조사 보고서를 제출하는데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이에 86명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가 협력해 기밀 문서를 넘겨줄 것을 요구했는데 이 보고서는 지난 2000년부터 2019년까지 남성 목사, 교회 고용인 및 직원들에 의해 행해진 여성 및 어린이 학대 행위를 망라하고 있다.

1,400만명 이상의 신도를 가진 미 최대 개신교 교파인 남침례교는 최근 4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보수성향의 회원들이 인종과 성별, 정치에 대한 논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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