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걷는 길이 누군가에게 영감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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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최남단 우수아이아로 향하는 아란다.[AP]

한쪽 다리로 남미 땅끝까지···1만4천㎞ 1년만에 종단

베네수엘라에 사는 57세 예슬리에 아란다는 지난해 여름 배낭 하나 메고 베네수엘라를 떠났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나는 수많은 베네수엘라인과 함께 국경을 넘었지만 아란다의 월경은 그들과 성격이 달랐다. 이민이 아닌 도전이 목적이었고, 도전을 마치는 대로 곧 다시 베네수엘라로 돌아올 작정이었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이 아란다를 만난 곳은 남미 최남단인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다.
한쪽 다리가 없는 그가 의족에 의지해 약 1만4,500㎞를 내려가 목적지 우수아이아까지 오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아란다가 여정을 시작한 것은 “다른 이들에게 영감이 되기 위해서”였다.
AP통신에 따르면 버스 운전기사였던 아란다는 지난 2013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었다.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23살 딸은 오른쪽 다리를 잃고 왼쪽 다리마저 다쳤다.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그는 자신이 목숨을 건졌다는 데 감사했다.
목발을 짚은 아란다와 휠체어를 탄 딸이 동네를 지날 때 이웃들은 부녀에게 따뜻한 미소를 건넸고, 아란다는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현재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많은 이들이 장애가 없는 데도 큰 꿈을 품는 법을 잊었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의 극심한 경제난 탓에 그가 모은 여행 경비는 겨우 30달러)였다. 한 의족회사가 그에게 알루미늄 의족을 선물했고, 한 신발회사는 운동화를 전달했다.
마침내 ‘세상의 끝’ 우수아이아에 도착한 그는 “꿈을 이뤘다”며 “다른 이들도 꿈을 좇아 정복하라는 것이 내가 전하고픈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를 떠난 대부분 이들은 상황이 나아지면 베네수엘라로 돌아오고 싶어한다”며 “언젠가 우리나라도 다시 자유로워질 테니 힘을 내라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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