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유용한 식품 상식] 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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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용/H-Mart 차장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여름에 즐겨 먹는 음식 중에 냉면을 빠뜨리면 섭섭합니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슴슴한 맛에 중독되면 헤어나올 수 없는 평양냉면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한국에서는 3대 평양냉면이니, 5대 평양냉면이니 하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매니아층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충동의 평양면옥, 중구 충무로에 있는 을지면옥, 을지로에 있는 우래옥 등 서울 생활을 해보신 분이라면 한 군데 정도의 이름을 들어보셨을 법한데요. 평양냉면이 본격적으로 인기를 타기 시작한것은 2010년부터입니다. 원래 평양냉면은 나이가 조금 드신분들이 찾던 음식이었습니다만, 요사이 한국에서는 젊은이들도 즐겨찾는 트렌디한 음식이 되었다고 합니다. 이 평양냉면을 드셔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반 냉면과는 많이 다르게 느끼실 텐데 그 이유는 어째서 일까요. 우선 배경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평양냉면의 면은 메밀로 만들어 집니다. 처음 메밀을 써서 냉면을 만든 것은 메밀이라는 재료가 맛있어서가 아니라 밀가루보다 구하기 쉬워서였다고 합니다. 그 당시 밀은 면보다 술을 만드는 누룩으로 활용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메밀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파종하고 2개월 정도면 추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생산량이 많았습니다. 평양냉면의 면발이 거칠고 뚝뚝 끊기는 이유는 바로 이 메밀에 있습니다. 그 당시 한국에서는 이렇게 잘 끊기는 메밀에 탄력을 주기 위해서 메밀 반죽에 식용 소다를 넣었다고 합니다. 탱글탱글한 식감을 주기 위해서요. 예전에도 지금처럼 냉면의 면발은 쫄깃해야 맛있다는 대중의 인식이 컸다고 합니다. 현재 마트에서 판매하는 함흥냉면이나 메밀냉면도 쫄깃한 식감을 위해서 전분이나 밀가루를 기초로 하여 다양한 재료를 섞어서 판매하는 것처럼요. 헌데 그 당시 가게의 주인들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식용 소다 대신 가성 소다를 사용하여 면을 만들었고, 이것이 1930년 한국에서 평양냉면 중독사건을 일으킵니다. 냉장 시설의 열악함, 식용 얼음 대신 한강물 얼음을 사용한것도 또다른 이유였다고 합니다. 이 사건 이후, 전분과 밀가루를 많이 섞어서 대량 생산한 저가형 면과 조미료가 들어있는 육수를 사용하여 냉면을 만들었고, 그것이 고깃집 같은 식당을 통해서 널리 퍼지게 됩니다. 태운 보리가루나 메밀껍질을 넣어서 색을 내기도 한 이 저가형 냉면은 대중의 입맛을 사로 잡았으며, 이것이 현재 우리가 아는 냉면과 평양냉면에 간극이 발생한 이유라고 합니다. 처음 평양냉면을 접하시는 분들의 맛 평가는 싱겁다. 아무맛도 안난다. 밍밍하다 등등 입니다. 하지만 입에 남는 짭잘함과 육수에서 맡을 수 있는 육향, 메밀의 구수함은 자극적인 양념장으로 구성된 일반 냉면의 원초적인 맛과는 다르게 평양냉면을 다시금 조명받게 만든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됩니다. 하루를 꼬박 우려 만든 육수, 몇 대째 내려오는 장인, 끊어지지 않게 만드는 반죽의 배합 등은 다른 냉면들이 흉내낼 수 없는 매력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꼭 슴슴하고 거친 냉면만이 평양냉면이라고 할 수 없는데요. 평양냉면의 원조, 북한의 옥류관에서도 면을 만들때 오직 40%의 메밀과 감자 전분으로 만들었다고 하며, 겨자와 양념장을 풀어서 먹는 것을 추천 한다고 합니다. 하얀 백지 위에 개인적인 취향을 반영하여 다채로움을 줄 수 있는 것이 평양냉면의 또 하나의 장점일 것입니다. 이러한 평양냉면의 가격이 조금 더 비싼 이유가 있는데요. 예전과는 다르게 빈 땅에 메밀을 심기보다는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작물로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여 메밀의 수확량이 줄어들면서 메밀가격 자체가 비싸졌습니다. 한국산 메밀은 밀가루의 20배, 수입산은 10배정도 라고 할 정도입니다. 또한 밀가루 면과는 다르게 면을 1년내내 저온 보관하기 위한 저장고가 필요하기에 관리 비용도 올라갑니다. 거기에 육수를 만드는데에 일반적인 국밥류와는 다르게 뼈를 쓰지 않고 소의 살코기를 사용합니다. 물은 적게, 고기는 많이 써야지만 제대로 된 육향이 나기에 재료비만 따져서도 일반 냉면보다 가격이 높은게 이상하지 않습니다. 오늘은 평양냉면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시원한 냉면 한 그릇으로 개운한 한주 지내시기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