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천 박사의 손자병법인문학]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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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략리더십 연구원장

이순신의 명량대첩
투지무소왕 사차불배(投之無所往 死且不北)
『손자(孫子) 구지 제11편』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죽을 각오로 싸운다!” “죽기 살기로 해본다!” 우리는 흔히 이런 말을 많이 하게 된다. 아주 어려운 일에 부딪치게 되면 하는 말이다. 손자는 이성적인 판단이나 전략도 없이 감정이나 분노에 치우쳐 무조건 죽기만을 각오하고 덤벼든다면 정말로 죽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必死可殺). 어렵고 힘이 들수록 정신을 차리고 지혜롭게 헤쳐 나갈 방도를 강구해야한다. 그러나 때에 따라서는 정말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야 할 때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나게 되는 최후의 한판일 경우에는 그렇다. 이순신이 행했던 명량대첩은 바로 그런 한판의 경우였다. 명량대첩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미스터리한 전쟁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사실 그 어떤 전쟁사에서도 13척으로 133척을 이긴 전쟁이 없었다. 그것도 이순신이 그동안 그러했듯이 단 한 척의 전선도 적에 의해 침몰되지 않는 상태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 전쟁은 없었다.
명량대첩은 어떤 해전인가? 1597년(선조 30년) 음력 9월 16일(양력 10월 25일) 정유재란 당시 조선 수군 13척이 명량에서 일본 수군 133척을 쳐부순 해전이다. 일본군은 임진왜란의 실패로 다시 1597년 정유년에 재침을 했다. 정유재란이다. 당시에는 이순신이 모함을 받아 옥고를 치루고 백의종군을 했을 때다. 이순신을 대신해서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원균은 칠천량 해전에서 패하여 조선수군을 전멸시켰다. 선조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자 이순신을 다시 복권하여 삼도수군통제사로 기용했다. 삼도수군통제사로 재임명된 다음날인 8월 15일에 조정으로부터 놀라운 명령이 떨어졌다. 조선수군이 일본수군에 대항할 능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수군을 없애고 육전에 참가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때 이순신은 그 유명한 장계를 올렸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12척의 전선이 있습니다.” 사실상 목숨을 건 항명과도 같은 것이다. 비록 12척이지만 그것은 희망이었다. 희망,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그것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양지차다. 승리하는 사람은 똑 같은 것을 보더라도 가능성, 성공, 희망을 찾아 발견하는 사람이다. 이순신은 12척의 판옥선을 이끌고 벼랑 끝으로 움직였다. 바로 진도, 울돌목이다. 남해안을 두고 볼 때 적은 수로 많은 적을 막을 수 있는 전략적인 요충지다. 울돌목은 진도와 화원반도 사이의 해협이다. 오늘날 진도대교 아래에 있다. 이순신은 1597년 9월 15일 울돌목을 지나 그 안쪽에 위치하고 있는 전라우수영 지역으로 전선들을 옮겼다. 해전 전날, 부서진 배를 한 척 수리하여 이순신의 전선은 13척이 되었다. 13척 대 133척! 이순신은 여러 장수들을 모아놓고 그 유명한 결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병법에 이르기를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게 되고, 반드시 살고자 하면 죽게 된다(必死卽生 必生卽死). 한 명이 길목을 지키면 천명도 떨게 할 수 있다(一夫當逕 足懼千夫). 이것은 모두 우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장수들을 돌려보낸 뒤에 이순신은 홀로 고민했다. 과연 이길 수 있을 것인가? 조선의 운명이 이 한 판에 달려있다. 잠을 설치고 있었다. 그때 놀라운 일이 생겼다. 꿈속에 신인(神人)이 나타난 것이다. “이날 밤 꿈에 어떤 신인이 나타나서 이렇게 하면 크게 이기고 저렇게 하면 진다고 말해주었다.”(9월 15일, 명량대첩 하루 전) 이미 이겼다는 확신! 그 어떤 위기를 만나더라도 이 전쟁은 이긴 것이다! 드디어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그동안 잘못 알려진 명량대첩의 내용과는 달리 이때 일본군이 먼저 기습공격을 해왔다. 9월 16일, 당시의 양력으로 보면 10월 26일이다. 일본군은 울돌목을 통과하고 이순신의 함대를 에워싼 것이다. 본래 이순신은 울돌목에 미리 가서 일자진으로 가로막으려 했었다. 그런데 늦었다. 실로 위기의 순간이다. 이순신은 급히 기함을 몰아 적진 속으로 뛰어 들었다. 그러나 다른 장수들은 뒤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이순신이 목숨을 걸고 싸우며 장수를 부르는 초요기를 올리자 어쩔 수 없이 다른 장수들도 앞으로 나가 싸웠다. 바로 그때, “적장 구루시마다!” 적장이 죽어서 물에 떠다니는 것을 발견했다. 이순신은 목을 베어 적에게 보이게 했다. 일본군은 그만 사기를 잃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그때 때마침 조류가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우수영 일대의 양도 앞바다에서 싸웠기 때문에 조류가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이제 바깥으로 전장이 옮겨지자 울돌목의 주 조류가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 여기서 또 놀라운 일이 생겼다. 도망가는 일본전선과 명량해협에서 올라오는 일본전선들이 서로 엉키고 부딪친 것이다. 자중지란(自中之亂)이다. 이순신의 함대가 직접 분멸시킨 일본전선이 31척, 그리고 자기들끼리 서로 부딪쳐 파손된 전선이 무려 90여척! 133척에서 121척이 손실된 것이다. 이렇게 명량대첩은 끝이 났다. 이 놀라운 승리에 대해 이순신은 그날 9월 16일자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이번 일은 실로 천행이다(此實天幸).” 하늘이 도왔다는 겸손한 고백이다.
손자병법 구지(九地) 제11편에 보면 당시 이순신이 벼랑 끝인 울돌목으로 전선을 끌고 갔던 그 전략의 핵심이 나온다. “도망갈 곳이 없는 곳에 투입하면 죽더라도 도망하지 않으니, 죽게 되었는데 어찌 병사들이 힘을 다하지 않겠는가.”(投之無所往 死且不北 死焉不得士人盡力) 감정과 분노로 인해 무조건 죽기를 각오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최후의 한판일 경우에는 죽기를 각오해야 한다. 리더가 부하들을 죽을 장소로 몰아넣을 때는 많은 생각을 해야 하고, 그 죽음의 장소에서도 살아날 길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전략이다. 여기서 명량대첩의 승인을 몇 가지만 정리해보자. ① 신인에 의해 이순신의 긍정의 힘이 작동되었다. 비록 기습을 당했지만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휘관의 평상심은 전쟁 시에 가장 큰 무기가 된다. 자신감, 확신이 있으면 평상심이 유지될 수 있다. 긍정의 힘, 멘탈(mental)의 승리다. ② 이순신의 목숨을 건 진두지휘로 부하들의 싸우는 의지가 살아났다. 위급할 때는 지휘관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행동을 하느냐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CEO, 리더, 지휘관의 위치는 가장 중요한 곳, 가장 위험한 곳, 가장 취약한 곳이어야 한다. ③ 판옥선의 장점과 판옥선에 장비된 막강한 총통이 승리를 뒷받침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승리의 요인이다. 아무리 전략이 우수하고 리더십이 탁월해도 그것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무기체계가 부실하다면 승리 또한 장담할 수 없다. 그래서 소프트웨어(전략, 리더십)와 하드웨어(무기체계)의 조화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④ 어떤 경우든 포기하지 않았다. 불과 13척! 그러나 이순신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길이 열린다. 모든 리더들, 모든 CEO들이 이순신에게 배울 가장 중요한 교훈이 아닌가싶다.

投之無所往, 死且不北
투지무소왕 사차불배
도망갈 곳이 없는 곳에 투입하면 죽더라도 도망하지 않으니, 죽게 되었는데 어찌 병사들이 힘을 다하지 않겠는가.

조 지라드는 자동차 세일즈업계에서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신화적인 인물이다. 그는 1965년 디트로이트 시보레 자동차 영업소에서 12년 동안 1만 3천대의 자동차를 팔았으며 세계 기네스북에 개인 자동차 판매부분 12년 연속 최고 판매기록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그는 처음부터 이렇게 성공한 인물은 아니었다. 그에게도 좌절이 있었고 고난의 눈물이 많았다. 그는 무엇보다도 고객들을 ‘절실한 심정’으로 모셨다. 사람은 ’절박‘할 때 마음의 중심을 움직인다. 죽을 각오로 일을 한다는 말이 의미가 있으려면 하는 ’일‘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이다. 조 지라드는 한 고객을 250명으로 봤다. 누구든지 250명 정도는 인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조 지라드의 250명 법칙‘이라고 부른다. 그는 한 고객에게 연간 12통의 DM 발송을 보냈다. 1월에는 해피 뉴 이어 그리고 ‘전 당신을 좋아 합니다’ 2월에는 해피 발렌타이 그리고 ‘전 당신을 좋아 합니다’ 3월에는 패트릭스 데이 그리고 ‘전 당신을 좋아 합니다’……이런 정성 앞에 무너지지 않는 고객이 어디 있을까? 결국 세일즈맨은 자기 자신을 파는 것이다. 절실한 심정과 자신감을 가지면 이 세상에 못 이룰 일은 없다. 스스로에게 강력한 힘을 부여하자. 주문을 거는 것이다. 죽을 각오로 하면?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할 수 있다!” 어느 네티즌이 댓글로 적은 말이다. “죽을 각오로 하면 안 될게 뭐 있겠어유? 죽기밖에 더 할려구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