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수직 던지고 심판 택한 미 여성 카타르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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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린 네스비트

‘남자월드컵 최초’ 여성 심판 6명 중 부심 맡은 네스비트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약할 여성 심판진 가운데 대학 조교수 자리를 포기하고 축구 심판의 길에 들어선 미국 여성이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14일 대학에서 분석화학자로 일하면서 축구 심판을 병행하던 캐스린 네스비트(34)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녀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곧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심판진을 발표하면서부터다.
FIFA는 여성 주심과 부심 각각 3명씩을 포함해 주심 36명과 부심 69명, 비디오 판독 심판 24명의 명단을 5월 19일 발표했다. 월드컵 본선 경기에서 여성이 심판을 맡는 것은 1930년 월드컵 시작 이래 92년 만에 처음이다.
네스비트는 트위터에 올라온 69명의 부심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보고는 “놀라서 벌린 입을 다물 수 없었고, 방 안에서 한 20분간 펄쩍펄쩍 뛰었다”며 “FIFA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 여자 심판을 기용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그녀는 2019년 프랑스에서 개최된 제8회 세계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 보조심판으로 가기 2주 전 토슨대학 조교수를 사직했고, 이후 축구 심판 직업에 전념해 이번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랐다.
미국에 있는 프로심판기구(PRO)의 마크 가이거 이사는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 모두에서 최고의 성과를 낸 사람”이라며 “결코 적당히 만족하는 일이 없으며 늘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추어올렸다.
청소년 시절 축구 선수였던 그녀에게 처음 축구 심판 역할이 주어진 것은 14살 때였다. 남동생의 축구 경기를 지켜보다 흔히 ‘라인맨’이라고 부르는 보조심판을 자원했다.
이후 피겨 스케이팅과 육상, 배구 선수로도 뛴 네스비트는 대학을 졸업할 즈음 로체스터의 마이너리그 남자 축구 경기 대기심판을 맡았고 2013년 미국 여자축구리그(NWSL) 보조심판이 됐다.
이듬해인 2014년 펠리샤 매리스칼이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축구(MLS) 여자 심판이 됐고, 2015년 네스비트도 MSL 무대에 진출했다.
이처럼 착실히 축구 심판 경력을 쌓으면서도 학자로서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피츠버그대학에서 화학 전공으로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시간대학에서 박사후 연구과정까지 마친 뒤인 2017년 메릴랜드에 있는 공립 토슨대학 조교수가 됐다.
이후 2년 간 연구에 매진하면서도 심판으로서 열정은 식지 않았다.
매주 약 50시간을 연구소에서 보내고서 매주 금요일 밤 볼티모어의 혼잡한 퇴근길을 뚫고 공항으로 달려가 경기가 열리는 로스앤젤레스나 미네소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화학자의 연구 능력은 축구 심판에도 활용됐다. 각 팀 전술과 선수들의 움직임을 깊이 이해해 경기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와 함께 일했던 존 시비 교수는 “실력 있는 축구 심판과 유능한 분석화학자가 공유하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정밀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네스비트는 182㎝ 장신에 육상선수 출신으로 남자 축구 경기 심판을 봐도 손색이 없는 신체 조건을 갖고 있다.
가이거 이사는 심판들이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칠어진 경기에서도 네스비트가 당황한 적이 없다면서 “그녀는 경기를 어떻게 끌고 가야 하는지를 잘 안다”고 말했다.
난관도 있었다.
지난해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남자 월드컵 경기에서 처음 여자 주심으로 활약할 당시 그녀는 선수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심지어 경기 진행요원들조차 그녀를 주심이 아니라 선수 교체나 시간 기록을 돕는 대기심판으로 오인했다고 그녀는 회고했다.
네스비트는 “남성 중심인 축구 경기나 화학 연구에서 내가 배운 교훈 가운데 하나는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가 맡은 일을 잘 해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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