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했지만 오라는데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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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직격탄 맞은 ‘코로나 세대’

#1. 버지니아 알링턴에 거주 중인 김모씨는 요즘 매일 밤 아들 걱정에 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달 버지니아 주내 한 공립대학을 졸업한 아들이 취직을 못해 집에서 백수(?)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만 해도 대학만 졸업하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일 줄 알았는데 코로나19 사태로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아들은 20여 곳에 취업 지원서를 냈는데, 아무데서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

#2. 메릴랜드 락빌에 사는 이 모씨는 워싱턴 DC에 있는 한 명문사립대를 졸업했다. 지난해 연말 취업이 결정돼 졸업과 함께 ‘장밋빛 세상’이 열릴 것 같았는데, 코로나19로 취소 연락을 받고 전전긍긍하고 있다. 앞으로 갚아나가야 할 학자금 융자금도 만만치 않은데, 매일 컴퓨터 앞에서 구직 사이트를 서치하며 직장을 찾고 있다.

#3. 센터빌에 거주 중인 한 모씨는 최근 우울·불안 증세를 보이는 딸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달 대학을 졸업한 딸이 수십 군데 이력서를 넣어도 오라는 곳이 한 곳도 없자, 밤잠을 설치고 식사를 거르며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세대(Corona Generation)’로 불리는 올해 대학 졸업자들이 사상 최악의 취업난에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 세대’는 대체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업난을 겪는 1990년대생 젊은 층을 지칭한다.
통상 인문사회계열보다 취업 성적이 좋은 이공계는 조금 낫기는 하지만 여느 해와는 크게 다르다.

메릴랜드 대학(칼리지파크 캠퍼스) 공대의 최규용 교수는 “2019년 가을학기에 화공과 4학년 전공 필수인 화학공정 과목을 80명에게 가르쳤는데 학기말 전에 이미 40-50%의 학생이 잡 오퍼를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잡 마켓이 급격히 나빠졌다. 대학원 졸업생들의 경우 미 전국적으로 대학 조교수직 채용동결과 함께 박사후 연구원직도 동결된 곳이 많아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학마다 취업을 도와주는 부서가 있으니 취업정보와 필요한 자문, 도움을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가정상담소에서 무료 정신과 상담을 하고 있는 한수웅 박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취업난으로 젊은 층의 알콜, 약 중독, 우울과 불안이 심해지고 있다. 혼자 지내다 보면 걱정과 불안이 계속해서 쌓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온라인으로라도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이 시간을 내일을 위한 준비 시간으로 생각하고, 올 가을이나 내년을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정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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