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 결국 포기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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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여론에 밀려 보류 “전반적인 개선책 검토”

대한항공이 오는 4월부터 시행을 예고했던 마일리지 제도 개편안(본보 1월10일자 보도)을 사실상 포기하는 모양새다. 고객들의 입장에서는 마일리지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담겨 불만이 고조돼온 데다 한국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에 반대해는 강력 발언들을 잇따라 내놓고 정부와 정치권, 공정위까지 새로운 마일리지 개편에 다소 문제가 있다며 공세에 나서자 한 발 물러선 것이다.

대한항공은 20일 “마일리지 관련 현재 제기되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혀 일단 기존에 발표한 개편안의 4월 시행을 포기하고 기존 개편안을 대폭 수정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동안 알려진 개선안에는 마일리지 특별 전세기 도입, 마일리지 좌석 비율 확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따라서 마일리지 개편을 예정대로 진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지면서 시행 유예와 함께 새로운 수정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애초 오는 4월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통해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바꿀 계획이었다. 대한항공은 20년 만에 이뤄지는 ‘스카이패스’ 개편안임을 강조하며, 새 마일리지 제도는 운항 거리에 비례해 국내선 1개 구간과 국제선10개 구간으로 세분화해 마일리지 공제량을 다르게 한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이에 따라 샌프란시스코와 시애틀, 라스베가스와 함께 8구간에 속하게 되는 LA-인천간 노선은 현재는 평수기 왕복 기준으로 일반석은 7만 마일, 프레스티지석은 12만5,000마일, 일등석은 16만 마일이면 보너스 항공권을 받을 수 있지만 개편안에 따르면 이 기준이 각각 8만 마일, 16만 마일, 24만 마일로 대폭 상향될 예정이었다.

사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제도 개편 시도는 회사의 부채와 관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사용 마일리지는 부채로 계상되기 때문에 새 마일리지 정책으로 부채 감소라는 효과도 노렸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2019년 이연수익(마일리지 부채)은 2조4,254억 원에서 지난해 3분기 2조6,830억 원으로 2,600억 원 가량 상승했다. 코로나19 기간 여객이 중단되면서 마일리지 사용도 대폭 줄어 부채가 올랐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 비율은 257%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마일리지 정책의 실제 효과는 부채 감소”라며 “새로운 마일리지안이 축소되면 부채 절감 효과도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대한항공의 새로운 마일리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마일리지 개편안이 (소비자들에게) 유리하다고 가르치는 자세는 틀렸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소비자 단체들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새 마일리지 개편안이 알려지면서 미주 한인들의 불만도 거셌다. 장거리 항공권 구매와 좌석 승급에 필요한 마일리지가 종전에 비해 크게 늘어나면서 한인들 사이에선 ‘개편이 아니라 개악’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가뜩이나 마일리지 사용처도 한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정도로 적은 데 보너스 항공권 구입에 마일리지를 더 부담해야 하는 것에 큰 불만을 드러냈다. 그동안 누적되어 온 불만이 더해진 것이다.

한인들의 불만은 자연스레 아시아나항공과 합병 이후 대한항공의 미주 노선 지배력이 독점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방문이 잦은 한인 이모씨는 “이왕이면 국적항공사를 이용하는 게 한인으로서 도리라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번 마일리지 개편안을 보고 우롱 당한 기분이 들었다”며 “앞으로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하게 되면 더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