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조작 혐의로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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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IUC 중국계 생물학 교수

명문 주립대인 일리노이대학(어바나-샴페인/UIUC)의 종신직 생물학 교수가 연방기관에 연구개발 지원금을 신청하면서 조작되거나 위조된 데이터를 제출한 혐의로 해고됐다.

UIUC는 14일, 대학 이사회가 분자세포생물학과 페이 왕(52, 사진) 교수에 대해 해고 결정을 내렸으며, 효력은 즉각 발효된다고 발표했다. 대학 이사회는 왕 교수가 주어진 임무를 다하지 못했고, 능력과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대학 교수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더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어 왕 교수의 혐의에 대한 수사를 벌인 ‘학문 자유 및 정년 보장을 위한 위원회'(CAFT)가 해고를 권고했다고 부연했다. 어바나-샴페인 지역신문 뉴스-가제트는 “왕 교수에 대한 데이터 조작 및 위조 혐의가 처음 제기된 지 약 5년 만의 일”이라며 “이후 내부 조사가 진행돼왔다”고 전했다.

왕 교수는 중국 베이징대학 졸업 후 미국에 유학, UIUC와 UC버클리에서 생화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5년 UIUC 조교수로 임용됐고, 2012년부터 종신직 부교수에 올랐다.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를 중점적으로 해 온 왕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 연구 지원 기관인 국립보건원(NIH)과 국립과학재단(NSF) 등에 연구 기금을 신청하면서 한 번도 수행된 적이 없는 실험의 ‘결과’를 조작해 넣거나 쥐 세포 이미지를 인간 세포 이미지로 위조해 제출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대학 이사회에 제출된 9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에 따르면 왕 교수에 대한 의혹은 그가 종신직 교수로 임용된 지 2년 만인 2014년 1월 시작됐다. 지아 첸 학과장은 “왕 교수의 동료로부터 ‘왕 교수가 NIH 연구 기금 지원 신청서에 조작 또는 위조된 데이터를 넣었다’는 내용의 제보 이메일을 받았다”며 “이후 교수진 및 학생들을 만나 왕 교수가 다른 연구 지원금을 신청하면서도 같은 시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2014년 3월 왕 교수에게 통보가 갔고 이후 한 달 만에 내부 조사가 시작됐다. 이어 2015년 3월 조사팀은 “학문적 연구 수행은 물론 대학원생 및 박사 후 과정 연구원 멘토링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며 해고 권고를 내렸다.

왕 교수는 “당시 수사 과정에 결함이 있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연방법원 일리노이 북부지원(시카고 연방법원)에 해고를 막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으나 실효를 보지 못했다. 왕 교수의 변호인은 대학 측 발표를 “끔찍한 결정”으로 일컫으면서 줄기세포 연구계에서 높은 평판을 얻어 온 왕 교수에게 엄청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 트리뷴은 이번 일이 학자로서는 사형 선고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대학측이 밝힌 왕 교수의 연봉은 8만7,617달러다. 대학 대변인은 왕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가 밝혀짐에 따라 여러 기관으로부터 받은 연구 지원금 35만5천달러를 반납해야 한다고 전했다. 변호인은 왕 교수가 부당 해고 소송을 제기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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