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사회 이끌 인재 지원하랬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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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주재원 자녀에 장학금 지급

국제교류·재외동포재단 감사

장학사업 부적합 사례 적발

유공자 후손 우대도 안지켜

재외동포재단이 한인동포를 지원하기 위해 장학사업을 운영하면서 외교관이나 기업 해외 주재원의 자녀 등 사업 취지에 맞지 않는 학생들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사실은 감사원이 25일 공개한 ‘한국국제교류재단·재외동포재단 기관운영감사’ 결과를 통해 확인됐다.

외교부 산하 비영리법인인 재외동포재단은 2009년부터 국내 대학에 진학하는 재외동포 출신 학생을 선발해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장학사업의 목적은 향후 전세계 동포사회 발전을 이끌 인재를 육성하자는 것이다. 재단은 매년 35명 정도의 장학생을 선발해 4년간 매달 90만원의 생활비와 왕복 항공료, 한국어 연수비를 지급하고 서울대 등 11개 국내 협력대학 학생에게는 등록금도 면제해 준다.

사업 취지를 살리려면 대학 졸업 후 원래 거주하던 국가로 돌아가 동포사회 일원으로 활동할 학생을 장학생으로 선정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재단은 ‘외국에서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수한 학생’을 선발기준으로 삼을 뿐 외국 영주권 보유 여부나 졸업 이후 취업계획 등 향후 외국 거주 여부를 판단할 기준은 마련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올해 재단 장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60명 중 41명(68.3%)이 대학 졸업 후 한국내에 거주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외교관이나 한국 기업의 해외 주재원 자녀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된 사례도 확인됐다. 외교관 아버지를 둔 A는 해외에서 초중고교를 마치고 아버지가 근무하는 대사관의 단일 추천을 받아 지난해 장학생에 선발됐다. 대기업 주재원으로 해외 파견된 아버지를 따라 외국에서 교육받은 B도 현지 영사관의 추천을 받아 2016년 장학생에 선발됐다.

감사원은 “재외동포재단은 해외 주재원이나 외교관 자녀 등 외국에 영주할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보기 어려운 학생뿐 아니라 사범대·의과대·간호대 재학생처럼 대학 졸업 후 한국내에 거주할 가능성이 높은 학생들도 장학생으로 선정했다”며 “선발과정에서 재외동포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학생을 우선 선발하기 위한 심의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재단이 장학생 모집공고에서 형편이 어렵거나 유공자 후손인 학생을 우대한다고 명시하고서도 실제 심사에서 가점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하고 이에 대한 시정도 촉구했다.<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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