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크림대교 폭발에‘피의 보복’···키이우 등 10곳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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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시내에서 출근하던 차량들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불에 타고 있다. <사진 제공=로이터>

■ 러 미사일 우크라 전역 타격

키이우 도심 곳곳에 폭발·화재
르비우·드니프로서도 공습경보
러, 폭발 이틀만에 보복성 공격

러시아 미사일이 10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을 강타했다. 러시아가 2014년 점령한 크림반도 지배의 ‘상징’으로 꼽히던 크림대교가 폭발로 일부 파괴된 지 이틀 만이다. 최근 우크라이나 동남부 점령지 수성에 급급하며 ‘핵 위협’을 일삼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곳곳을 공습하면서 전황이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은 10일 오전 8시 15분께 키이우 중심부에서 여러 차례 폭발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수도 중심부의 셰브첸스키 지구에서 여러 번의 폭발이 일어났으며 기반시설의 피해가 심각하다”고 밝혔으며 안톤 게라쉬첸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보좌관 등 정치인들도 시내 곳곳에 러시아 로켓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출근시간대에 붐비는 도심을 공격해 보복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위터 등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키이우 중심부의 건물과 공원 등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사진이 속속 올라왔다. 폭발이 집중된 셰브첸스키 지구는 각종 관공서와 대형 공원이 위치해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이날 공격으로 키이우의 기차역 옆에 위치한 삼성 현지 사무소 건물도 일부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폭격을 받은 지역은 키이우만이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오전 크림반도를 제외한 우크라이나 전 지역에서 공습경보가 울렸다. 가디언은 서부 르비우·지토미르·테르노필·크멜니츠키와 남부 미콜라이우, 중남부 드니프로 등의 피해 상황이 SNS에서 공유되고 있다고 전했다. 데니스 슈미갈 우크라이나 총리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으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8개 지역의 주요 기반시설 11곳이 피해를 봤다”고 했다. 뉴욕타임스는 최소 10곳의 도시가 공격을 받았으며, 적어도 11명이 사망하고 64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구조 활동이 진행되고 있어 사상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가 발사한 75발의 미사일중 41발을 격추했다고 밝혔으나 나머지 34발은 고요 거점을 고스란히 타격한 것이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SBU) 본부 등 핵심 시설과 발전소 등 전력 시설을 주로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공격 이후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전기가 끊겼다. 겨울이 다가오는 점을 감안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관련 시설 무력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습 수 시간 후 열린 자국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오늘 아침 국방부의 조언과 참모장의 계획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에너지·통신 시설 및 군사지휘 시설 등을 고정밀 장거리 무기를 사용해 타격했다. 크림대교 폭발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배후인 테러 행위이며, 우리 영토에서 이런 일들이 계속된다면 러시아의 대응은 가혹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 통신 등은 전했다. 이번 미사일 공습이 이틀 전 발생한 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보복 공격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앞서 러시아는 크림대교 폭파 당일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리자의 거주 지역을 강타하며 보복 공격을 예고한 바 있다.
이번 공습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공습경보가 끊이지 않으며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며 “러시아는 우리를 파괴하고 지구상에서 없애버리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에 유럽연합(EU)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지원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트위터에 “러시아의 미사일 공습은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만행으로, 최고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EU로부터 추가적 군사지원이 가는 중”이라고 했다.
주요 7개국(G7)은 1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화상으로 긴급 회담을 하고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 국방부는 “수일 내에 우크라이나에 단거리 공대공 미사일인 IRIS-T SLM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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