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의 땅’ 일리노이주 시카고서 링컨 동상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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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아메리카 신대륙 발견을 기념하는 ‘콜럼버스데이’에 ‘링컨의 땅’으로 불리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미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대통령’으로 손꼽히는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의 동상이 반달리즘 대상이 됐다.
11일 시카고 언론과 CBS방송 등에 따르면 시카고 북부 링컨파크 지구에 135년째 서있는 링컨 전신상이 전날 오후 페인트 투척과 낙서 피해를 당했다.
동상 어깨에 붉은색 페인트가 뿌려졌고 동상 받침대에 ‘식민주의자들을 퇴출하라’, ‘원주민 땅을 다시 원주민에게’ 등의 구호와 함께 바닥에 ‘다코타 원주민 38명을 위한 복수’라는 문구가 낙서됐다.
1887년 세워진 이 동상은 시카고에서 가장 오래된 공공 조형물 중 하나이자 시카고에 설치된 여러 링컨 기념물 가운데 하나라고 시카고 선타임스는 전했다.
유명 신고전주의 조각가 어거스터스 세인트 고든스(1848~1907)의 작품이며 2001년 시카고 공식 명소로 지정됐다.
시카고 경찰은 “낮 12시30분께 피해가 발생했으며 아직 체포된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식민주의 폭력에 저항하는 이들’을 자처하는 한 익명의 단체는 성명을 통해 동상 훼손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1862년 미국 정부군과 다코타 원주민 부족의 전쟁 결과로 38명의 원주민 남성이 공개 처형됐고 이 처형 명령서에 링컨 대통령이 서명한 사실을 환기, ‘콜럼버스의 날’을 ‘원주민의 날’로 기념하기 위해 동상에 대한 공격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링컨 대통령은 노예제를 폐지하고 분열된 미국을 통합한 업적으로 평가받으며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이들은 “링컨이 위대한 해방자라는 신화는 깨져야 한다. 그는 원주민 학살과 토지 절도를 공모했다”며 링컨 대통령이 백인 정착민들의 인종주의적 요구에 응해 다코타 부족 처형을 선택했다고 주장했다.
링컨은 켄터키주에서 태어나 인디애나주에 살다 21세 때 일리노이주로 이사했다. 변호사, 일리노이 주하원의원, 일리노이 연방하원의원을 거쳐 1860년 제 16대 대통령에 당선돼 백악관에 입성할 때까지 일리노이주에 살았다. 이 때문에 일리노이주에는 ‘링컨의 땅’이란 별칭이 붙어있고 자동차 번호판에도 링컨 얼굴과 함께 ‘링컨의 땅’ 문구가 새겨져 있다.
지역매체 WGN방송은 “시카고 시내 링컨 동상들과 기념물의 운명은 알 수 없다”고 보도했다.
시카고시는 지난 2020년 7월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의 공격 대상이 돼온 콜럼버스 동상들을 야간에 기습 철거하고, 지역사회 리더·예술가·학자 ·큐레이터·공무원 등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각종 기념물의 적절성을 재평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카고 선타임스는 “500여 개 기념물이 검토 대상이며 그 가운데 지금까지 41개에 대해 제거 또는 대체 결정이 났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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