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쓸 것인가 말 것인가

708

CDC 권고 불구 개인마다 선택 달라
‘마스크로 미국의 가치관 변화’ 진단도

올해 70세를 갓 넘긴 시카고 한인 남성 박모 씨는 늘 마스크를 하고 다닌다고 했다. 코로나 19 이전에는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걸 주위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겨 꺼려진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보여 좋다고 말했다. 해마다 봄이면 찾아오는 앨러지와 감기가 올해는 없었는데 마스크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또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 2주 후 부터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권고를 발표하면서 마스크 착용 여부는 모든 이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마스크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 햄릿의 독백처럼 시카고 트리뷴은 18일자 관련 기사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To mask or not to mask?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CDC의 가이드라인을 따를 것이라고 했고 시카고 시는 마스크 착용 가이드라인을 세분화했다. 즉 접종을 마치고 2주가 지난 사람 중에도 보건분야에 있거나 대중교통 이용시에는 마스크를 써야 한다.

사업체들도 각기 다른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있다. 실내로 입장할 때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곳이 여전히 많다. 한 의료 종사자는 마스크를 써야 하는 이유를 자신이 아닌, 다른 노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일이라고 했다. 그는 실내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정부나 로컬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나온다 해도 결국은 각 개인의 선택 문제로 귀결된다. 트리뷴은 관련 기획기사에서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마스크 없이 CTA를 이용할 수 있을 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중학교 교사는 그로서리 스토어에 갈 때는 계속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답했다. 백신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바이러스 전파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이유다.

21세기 인류가 처음 경험하는 전세계적인 팬데믹이다. 마스크 착용 여부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앞에서 사람들이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는가를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백신 접종 여부를 서로 확인할 수도 없고 백신을 아예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의 윤리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가도 있다. 시카고대 생명윤리학자 로리 졸로쓰는 CDC의 이번 결정이 마스크에 관한 권고의 변화일 뿐 아니라 가치관의 변화이기도 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녀는 ‘모두가 안전하기 까지는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던 미국의 가치관이 보다 많은 사람들을 보호하는 쪽으로 중대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615 Milwaukee Ave Glenview, IL 60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