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린다, 남편 그늘 벗어나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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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과 멀린다 게이츠 부부[로이터]

■빌 게이츠 부부 전격 이혼 ‘왜’
지인들 “수년간 위기 지속 몇 차례 완전히 망가질뻔해”
빌의 일중독“관계 악영향”
재산분할 ‘공동자산 ’만 나눌듯

세계적인 부호이자 자선사업가로서 ‘모범부부’ 이미지를 쌓아왔던 빌 게이츠 부부가 3일 전격 이혼을 발표하면서 이들 부부가 갈라서게 된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의 이혼 사유와 재산 분할 방식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로이터통신은 부인 멀린다가 2019년 펴낸 저서 ‘누구도 멈출 수 없다’(원제 The Moment of Lift)에 나오는 한 일화를 소개했다.

■이혼 배경은
부부가 공동 운영하는 세계 최대의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매년 초 발표하는 연례 서한을 누가 작성할지를 두고 티격태격하다가 부부싸움이 났다는 내용이다. 재단의 운영 방향, 세계적 이슈 등에 대한 게이츠 부부의 견해를 장문으로 밝히는 이 연례 서한은 줄곧 빌이 작성해왔는데, 2013년에 멀린다가 자신도 서한을 공동작성하겠다고 하자 빌이 못마땅해했다는 것이다.

다툼 끝에 결국 빌은 재단의 연례 서한은 자신이 쓰는 대신 멀린다는 별도의 주제로 글을 따로 작성해 올리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이어 2015년에는 두 사람이 연례 서한에 공동 서명을 했다.

멀린다는 저서에서 “빌은 연례 서한 업무가 수년간 잘 진행돼왔는데 왜 바꿔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그는 어떻게 해야 동등한 것인지, 나 역시 어떻게 하면 한 발 더 올라가 동등해질 수 있는지 배워야 했다”고 적었다.

로이터는 이 일화를 소개하면서 “빌의 그늘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멀린다의 기나긴 여정이 두 사람의 이혼 발표로 새로운 장에 들어서게 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인을 인용해 게이츠 부부가 최근 수년간 관계의 위기를 겪어왔다고 설명했다. 지인들은 이들의 부부관계가 완전히 망가질 뻔한 때가 이전에도 몇 번 있었으나 빌과 멀린다 모두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빌이 자신이 창업한 마이크로소프트와 워런 버핏의 투자회사 버크셔해서웨이 이사직에서 물러나 가족과 시간을 늘린 것도 관계유지 노력이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빌의 ‘일 중독’이 부부관계에 악영향을 줬다고 본다. 실제 멀린다는 과거 영국 선데이타임스와 인터뷰에서 “그(빌)는 결혼 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때 나와 관련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일과 가정생활 사이 균형을 잡을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고 매우 분명히 했다”라고 밝혔다.

멀린다는 결혼 25주년이던 2019년 인터뷰에서 남편이 하루에 16시간씩 일하느라 가족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고 언급하면서 때로는 결혼 생활이 “너무나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재산 분할은
이들의 이혼 발표로 천문학적 재산을 어떻게 나눌지도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아직 재산 분할 방식과 규모를 포함한 구체적인 절차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역대 가장 값비싼 이혼 기록 중의 하나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로이터통신은 게이츠 부부가 거주지인 워싱턴주 시애틀 관할 법원인 킹카운티 고등법원에 제출한 이혼 합의서를 인용, “부부가 ‘공동 재산’을 나눠 갖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 공동 자산은 ‘빌&멀린다게이츠재단’이다. 이는 빌 게이츠와 멀린다가 2000년 설립한 공동 자선사업 재단으로, 미 경제 매체 CNBC가 인용한 세금신고서에 따르면 재단은 현재 50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4일 기준 빌 게이츠의 재산은 현금 587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MS) 주식 260억 달러, 지주회사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 관련 재산 111억 달러 등이다.

이 중 멜린다가 분할을 주장할 여지가 큰 재산은 저택과 농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이츠 부부는 시애틀과 MS 본사가 있는 레드몬드 사이 호숫가에 대규모 저택을 지어서 살고 있다. 이 집의 가치는 지난해 기준으로 1억3,08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4월 기준 게이츠가 보유한 농지의 가치는 6억9,000만 달러에 이른다. MS 주식의 경우 빌 게이츠가 결혼 전 설립한 까닭에 ‘개인 재산’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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