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경에 강철장벽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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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8일 대국민연설서 의회에 촉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8일, “멕시코 국경에서 인도주의적 위기와 안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며 57억달러(약 6조3,900억원 상당) 규모의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편성해 줄 것을 의회에 거듭 촉구했다.

트럼프<사진> 대통령은 이날 방송사 황금시간대(프라임 타임)인 오후 8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TV를 통해 9분간 중계된 대국민 연설에서 “남쪽 국경에서의 통제되지 않는 불법 이민으로 인해 모든 미국민이 상처받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남쪽 국경의 상황은 인도주의적 위기이자 마음의 위기이며 영혼의 위기”라며 “매일 세관 및 국경순찰 대원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려는 수천명의 불법 이민자들과 대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2017년 1월 취임한 후 집무실에서 대국민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연설에서 ‘위기’라는 표현을 6차례나 사용하며 야당인 민주당이 장벽 예산 편성에 조속히 응해줄 것을 촉구했다. 그는 “장벽은 국경 안보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미국민이 피 흘리는 것을 중단시킬 것”이라며 “장벽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장벽의 재질과 관련, 애초 콘크리트 장벽을 원했던 그는 “민주당의 요청에 따라 콘크리트보다는 강철(steel)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경 장벽은 아주 빠른 시일 내에 그 값어치를 할 것”이라며 연간 불법 마약 거래에 따른 비용만 5천억달러로 장벽 건설 예산을 훌쩍 넘는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또 멕시코와 맺은 새 무역협정에 의해 간접적으로 (장벽 건설) 비용을 보상받을 것이라면서 지출 대비 효과를 집중 부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 건설 예산을 둘러싼 민주당과의 갈등으로 빚어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와 관련, 그 이유를 “민주당이 국경안보에 예산을 주지 않고 있는 단 하나 이유 때문”이라며 민주당 탓으로 돌린 뒤 그 해법은 민주당이 예산을 통과시키고 정부 문을 다시 여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를 해결하고자 9일 의회 지도부를 백악관으로 초대했다. 이 상황은 45분간의 회동으로 해결될 수 있다”면서 “국가안보를 위해 파벌 정치를 초월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연설에서 그간 민주당에 대한 압박카드로 내세웠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진 않았다.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국방부 예산과 병력을 동원해 장벽을 건설할 수 있다.

그는 지난 4일 백악관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회동한 뒤, 장벽 예산을 얻지 못하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겠다고 말했으나, 민주당은 “권한 남용에 대해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한 바 있다. 이번 연설에 대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민을 인질로 잡고 장벽 예산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을 가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 연설 후 반박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인질로 잡고 위기를 조장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연설이야말로 “마음의 위기”라고 주장했다. 반면에 공화당은 시의적절한 연설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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