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문송합니다”···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1083
한국 뿐만아니라 미국 내 인문계 전공 지원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로이터>

WP“인문학 졸업자, 전공 후회 48%··· 평균 이상”
STEM 전공 각광···미국 문과 지원자 매년 줄어
“인문학 비판적 사고, 모든 직업에 도움”분석도

“문송합니다.”
‘문과 전공이라 죄송하다’는 뜻의 씁쓸한 신조어가 현실이 되는 게 한국만의 일일까. ‘이과보다 취업률이 떨어지고, 전공을 살려 취업하더라도 이과 졸업생만큼 연봉을 벌지 못한다’는 이유로 문과 전공 지원자가 줄어드는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가장 후회하는(가장 낮은 연봉을 받는) 대학 전공’이라는 기사에서 미국 성인 5명 중 2명은 대학 전공을 후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했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과학ㆍ기술ㆍ공학ㆍ수학’ 같은 STEM(ScienceㆍTechnologyㆍEngineeringㆍMathematics) 과목을 공부한 사람들은 그들이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믿는 반면, 사회과학이나 직업학교 전공은 스스로의 선택을 의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조사한 ‘2021 미국 가정의 경제 복지’ 결과에 따르면, 단과대학 이상 졸업 응답자 중 38%는 ‘지금이라면 다른 전공을 선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인문학ㆍ예술(48%), 사회ㆍ행동과학(46%) 전공자는 평균보다 후회 정도가 심했다. 반면 공학(24%), 컴퓨터ㆍ정보과학(32%), 보건(33%), 물리학ㆍ수학(33%) 전공자는 평균보다 낮았다. 이과 졸업생 전공 만족도가 문과 졸업생의 그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다. WP는 “전공 후회 정도는 첫 조사가 시작된 2016년 이후 비교적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다”며 “생명과학 전공자의 후회는 실질적인 감소세를 꾸준히 보였다”고 전했다.
이런 결과는 이과 전공자가 문과 전공자보다 평생 더 많은 수입을 얻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WP에 따르면, 경제학자 더글러스 웨버가 2014~2018년 미 인구조사국 자료를 분석했더니 역사학 또는 저널리즘 전공자는 평균적으로 평생 340만 달러를 벌지만 화학공학(497만 달러), 항공우주공학(469만 달러), 생물학(458만 달러) 전공자는 그보다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 결과 미국 내 인문계 전공 지원자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국립교육통계센터 자료 분석 결과 역사학, 영어, 종교학의 지난해 졸업생 전체 규모는 2000년대 초반 전성기에 비해 절반도 되지 않았다. 반면 컴퓨터공학 졸업자는 지난 10년 동안 2배가 늘었고 간호, 운동과학, 의학, 환경, 공학, 수학, 통계학은 모두 최소한 50% 증가했다.
1992년만 해도 미국 학사 학위 졸업자의 12.3%가 인문학 전공이었고 컴퓨터공학 졸업자는 3.91%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인문학(6.73%)과 컴퓨터공학(6.53%) 졸업자 숫자가 역전 직전 상황으로 나타났다. 인문계 졸업자를 위로하는 통계도 있었다. 웨버의 연구에 따르면, 가장 수입이 많은 인문계 전공자 중 다수는 가장 수입이 적은 STEM 전공자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있었다.
예를 들어 역사학 전공자 중 돈을 많이 버는 상위 25%는 화학이나 항공우주공학 전공자 소득 최하위 25%보다 더 돈을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WP는 “인문학 수업에서 가르치는 비판적 사고는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했을 때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직업에 적응할 수 있게 해준다”라고 설명했다.
미 스탠퍼드대 학술기술전문가 퀸 돔브로우스키는 “어려운 질문을 하는 훈련을 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모든 종류의 다른 직업 상황에 적용된다”라고 WP에 밝혔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