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도 ‘퇴직금’ 요구 거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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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기업 감원 바람 속 정리해고 대응 자구책

경기침체 우려 속에 테크 기업들이 몸집 줄이기 일환으로 대규모 감원 사태가 줄을 잇자 해고된 직원들의 퇴직금 지급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해고 직원들은 더 많은 퇴직금을 받아 내기 위해 협상 전문가나 변호사까지 고용하면서 기업 압박에 나서고 있다. 거센 퇴직금 지급 요구로 테크 기업은 혹독한 해고 후유증을 겪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고 월스트릿저널(WSJ)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테크 기업으로부터 해고를 통보 받은 직원들이 자구책의 일환으로 퇴직금을 더 확보하기 위해 변호사나 전문가를 고용해 기업과 협상에 나서는 사례들이 크게 늘고 있다.

협상 컨설팅업체인 로라의 브라이언 리우 창업자는 “지난해 5월부터 테크 기업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이 퇴직금 협상에 대한 컨설팅 요구가 있었다”며 “퇴직금 지급 협상 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2년 전만해도 퇴직금 관련 컨설팅 수요는 거의 없었다. 오히려 그 당시 해고 과정에서 퇴직금에 대한 조건을 언급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에 해당할 정도였다. 인력난으로 인해 이직을 하면서 더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됐다. 고금리에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테크 기업들은 감원이라는 경영 선택을 하면서 해고 사태가 줄을 이었다.

팬데믹 기간 동안 호황을 누렸던 테크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대규모 감원을 단행해 있다. 지난 1년 동안 감원 규모는 20만명을 넘어섰다. 메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등 빅테크 기업들이 정리해고에 동참했다.

해고 직원들은 대규모로 인원을 뽑아 놓고서 경기 침체라는 이유로 대규모 해고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퇴직금 요구에 나서고 있다. 예전 만큼 재취업의 가능성이 높지 않은 데다 급여 상승 기회도 줄어들면서 해고 후 재정적 충격에 대한 쿠션 역할을 하는 퇴직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게 된 것이다.

퇴직금 지급과 관련해서 테크 기업도 운신의 폭이 그리 넓지 않은 게 현실이다. 오래지 않아 경기가 좋아지면 해고했던 직원을 다시 고용할 수도 있어 퇴직금 요구를 묵살하기도 쉽지 않은 입장이다. 자칫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훼손되고 해고 직원의 사기를 꺾어 놓으면 재고용 가능성을 없애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해고 직원들의 퇴직 조건 요구에는 퇴직금이라는 금전적인 요구 이외에도 의료보험을 일정 기간 유지하는 것과 재취업할 때까지 무급휴직 처리를 요구하는 것도 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