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한인노인들의 우울과 자살: 실태와 예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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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옥순 박사(시카고한인마음건강연구소장)

2011년에 OECD에서 제공한 자료를 보면,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난 여러 국가들의 자살률이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와는 달리, 세계가 놀랄만한 경제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여전히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의 노년층 자살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나있다. WHO가 2014년에 제공한 국가별 자살률 비교 자료에서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가장 높은 수치의 대한민국. 하루하루를 병마와 빈곤, 외로움과 싸우는 독거노인들의 마지막 선택 자살. 이 수치가 고령화 사회로 급속도로 진입한 한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출처=WHO 2014>

믿기 어렵겠지만, 세계 최강의 나라,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노인들의 우울증 비율과 자살률도 한국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에 살고 있는 다른 민족과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노인들의 우울정도와 자살률은 두 배 이상이나 높다. 존스 홉킨스대학과 예일대학에서 2010-2012사이에 의료기관 및 지역사회기관들과 협력하여 미국에 살고있는 1,118명의 한인 노인들을 직접 인터뷰하여 우울의 정도와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에 대해 분석하였다.(Kim et. al., 2016) 연구결과에 의하면 미주 한인 지역사회 어르신(Korean-American Elderly)들의 30% 이상이 마일드한 수준의 우울을 경험하고 있으며, 7명 중 1명의 노인(14.7%)이 심각한 우울로 자해나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노인 전체 중 13.5%가 우울을 보고한 수치에 비해, 미주 한인 어르신들은 31%에서 53%까지 우울을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울증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예측요인으로는 거주형태(독거 또는 배우자/가족), 만성적인 질병 유무, 교육수준, 그리고 인지능력의 손상정도 등으로 확인되었다.(Participants’ age, level of education, living alone, and recruitment site were predictors of depression)  특히, 가족요인이 가장 강력한 예측요인으로 나타났다. 심지어는 자립능력이 있고 스스로 선택한 경우 조차도 가족없이 혼자 사는 노인들의 우울의 정도가 가족과 함께 사는 노인들에 비해 심각하며,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경우와 가족으로부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 주변에 친구가 없는 경우일수록 더 심각한 우울을 경험하였다.

많은 경우, 노인들은 심각한 수준의 우울을 경험하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우울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러한 우울은 사회적 차별과 사회적 고립, 그리고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자살로 이어진다. 특히, 언어적, 문화적 장벽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 가족과의 단절은 정신건강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미국이민 한국노인들의 자살 생각에 대한 발상은 이민생활 중 가족관계의 갈등과 붕괴, 문화와 언어가 다른 자녀와의 단절, 자존감 상실, 정체성 혼란, 신체적 질병, 고립감과 함께 나타난다.

안타깝게도 한국노인들의 경우, 다른 문화권에 비해 우울의 정도나 빈도는 높은 반면(high prevalence of depression), 정신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아주 낮은 것(low level of mental health service utilization)으로 나타났다. 심각한 우울을 경험하는 노인들 중 단지 5.7%만이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보고됐다. 정신건강에 대한 선입견이 있지만 한국문화에 익숙하고 한국말을 할 수 있는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기를 원하는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어르신들이 좀 더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는 문화적으로 언어적으로 적합한 다양한 정신건강 서비스 개발과 보급이 시급히 요구된다. 예를들어, 멀리 계시는 분들을 위한 전화상담이나 여러가지 이유로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분들을 위한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 등 노인들의 현실과 필요를 고려한 실질적인 서비스 방법이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한인들을 위한 복지기관, 심리상담센터, 의료기관, 종교단체와 같은 공식적 비공식적 사회적 지지체계의 활성화가 노인들의 정신건강과 자살 방지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어느때 보다도 지역사회의 노인들에 대한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 무엇보다 심리상담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정신건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과 심리상담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향상 시키기 위한 정신건강 교육 프로그램들이 지역사회에 보급되어져야 할 것이다. 예방 및 조기치료를 위한 전문가 – 지역사회 정신과의사, 심리상담 전문가, 사회복지사- 및 관계자들 -노인아파트 직원, 실버대학, Senior Day Care Center 등-간 의 긴밀한 협조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