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 가상화폐 세탁 도운 믹서기업 첫 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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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6일 북한이 탈취한 가상화폐의 자금 세탁을 도운 믹서 서비스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미 재무부는 이날 북한의 악의적인 사이버 활동은 물론 탈취한 가상화폐의 자금 세탁을 지원하는 데 이용됐다는 이유로 가상화폐 믹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렌더'(Blender)를 제재 대상에 올렸다고 밝혔다.

가상화폐 믹서에 대해 미국이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앞두고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도발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북한에 대해 외교적 노력과 함께 제재 카드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여겨진다.

믹서란 가상화폐를 쪼개 누가 전송했는지 알 수 없도록 만드는 기술로, 이 과정을 반복하면 자금 추적 및 사용처, 현금화 여부 등 가상화폐 거래 추적이 어려워진다. 믹서는 텀블러(tumbler)라고도 불린다.

이번 조처는 북한 정찰총국과 연계된 해킹 조직인 라자루스가 지난 3월 23일 블록체인 비디오 게임 ‘액시 인피티니’에서 가상화폐 탈취 중 역대 최대 규모인 6억2천만 달러(7천880억 원)를 훔친 데 따른 후속 대응책이다.

재무부는 북한이 2천50만 달러(260억 원)의 불법적인 수익을 처리하는 데 블렌더가 이용됐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지난달 14일 라자루스와 연결된 가상화폐 이더리움 지갑을 제재 리스트에 추가했고, 22일에도 지갑 3개를 추가로 제재 대상에 올리는 등 북한의 가상화폐 관련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재무부는 이날 4개의 가상화폐 지갑을 추가로 제재 리스트에 등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라자루스가 훔친 가상화폐 중 지난달 말 기준 거의 1억 달러의 자금을 세탁했다는 블록체인 분석기업의 분석을 전했다.

WP는 또 라자루스는 자신의 소행이 알려진 뒤에도 또다른 믹서인 ‘토네이도 캐시’를 이용해 세탁 작업을 계속했다며, 재무부가 왜 블렌더만 제재 대상에 올렸는지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재무부는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가상화폐 거래소, 금융기관에서의 강탈 등 불법적 활동에 의존해 불법적 대량파괴무기(WMD),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위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이언 넬슨 재무부 차관은 “불법 거래를 돕는 가상화폐 믹서는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위협”이라며 “우리는 북한의 불법적 금융활동에 대항해 조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별도 성명을 내고 “미국은 북한과 외교 추구에 전념하고 있고, 북한이 대화에 관여하길 촉구한다”며 “동시에 우리는 북한의 불법적 사이버 활동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에도 계속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렌더는 2017년 설립 후 지금까지 모두 5억 달러 이상의 비트코인을 이전하는 데 사용됐고, 러시아와 연계된 랜섬웨어 집단인 트릭봇, 콘티 등의 자금 세탁도 도왔다고 재무부는 설명했다.

재무부는 2020년에는 가상화폐 믹서 기업의 소유자와 운영자들에 대해 6천만 달러의 민사상 벌금을 물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가상화폐는 실물이 없이 가상으로 존재하는 디지털화폐로, 암호화기술을 사용해 만든 디지털 화폐를 일컫는 ‘암호화폐’라는 용어와 종종 혼용해 쓰이고 있다.

특히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은 엄밀한 의미에선 암호화폐에 해당하지만 가상화폐의 범주가 암호화폐보다 더 넓어 통상 가상화폐로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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