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서부지역 물파는 ‘봉이 김선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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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토 투자해 수자원 확보 추세
물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 비판 커져

미국 투자자들이 가뭄에 시달리는 서부지역 농토를 마구 사들여 수자원 관리를 확보한 후 물장사에 나서면서 이른바 ‘미국식 봉이 김선달’ 논란에 휩싸였다.
CNN은 최근 캘리포니아를 비롯 애리조나, 콜로라도 등 서해안과 남서부 주들에서 이런 사업을 벌이는 투자자들과 지역 커뮤니티 사이에 마찰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애리조나주 소노라 사막의 작은 마을 시볼라에서는 대형 생명보험업체 매스뮤추얼의 자회사인 그린스톤이 최근 500에이커의 농토를 사들였다.
목화와 알팔파 등 작물 농사를 하는 주민들은 최근 10여년간 극심한 가뭄으로 서부의 젖줄인 콜로라도 강의 물이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주민들은 그린스톤이 시볼라의 가장 귀중하고 제한된 자원인 물을 가지고 돈을 벌려고 한다며 ‘봉이 김선달’ 투자 회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가 콜로라도 강을 개발해 수자원 권리를 할당해 주는 것은 원래 농토를 경작하는 농민들을 위한 것이었으나,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농사를 짓고 지역 사회의 일부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땅을 사서 수자원 관리를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린스톤은 확보한 수자원 관리를 활용해 2천700만 달러 어치의 콜로라도 강 물을 약 300Km 떨어진 피닉스 인근 ‘퀸스크릭’이란 소도시에 파는 계약을 맺었다.
연방 국토개발국은 거래를 승인했으며 퀸스크릭 시의회도 작년 9월 물 구매계약을 최종 승인해 주었다. 이에 애리조나주의 3개 카운티는 이런 승인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애리조나 연방지방법원은 원고측과 피고측 주장을 청취했으며 4월 말에는 판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카운티 지역 정치인들은 미 동부의 투자사 여러 곳이 콜로라도 강의 수자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으려한다고 비판했다.
CNN은 그린스톤뿐 아니라 동부 여러 투자회사가 남서부 지역에 관개 농토를 수천 에이커 사들였다며 이 중 뉴욕에 본사가 있는 ‘워터 에셋 매니지먼트’라는 투자사가 ‘큰 손’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콜로라도, 네바다 등지의 농토는 물론 뉴멕시코와 텍사스에서도 계약 체결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측은 미 서부에서 농산물 생산과 물 분야에 투자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물 부족 사태를 맞아 물 절약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CNN에 밝혔다.
또 맷 디세리오 사장은 미국의 물이 “조 달러에 달하는 시장 기회”라며 희귀 자원인 깨끗한 물은 이번 세기를 규정하는 자원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CNN은 애리조나와 콜로라도주 카운티 등에 ‘워터 에셋 매니지먼트’ 회사와 이름은 다르지만 주소가 같은 회사들이 부동산을 여러 건 보유하고 있다며, 회사측이 여러 개의 가명을 사용 중 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점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