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푸틴의 연인에도 제재 준비하다 막판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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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C, 체조스타 카바예바 제재명단서 빼···긴장악화 역효과 우려한듯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인에 대해서도 제재를 추진하다 막판 보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정부 관리들에 따르면 재무부는 올림픽 리듬체조 금메달리스트 출신인 알리나 카바예바(39)에 대한 제재 패키지를 준비해왔다.

통상 이러한 제재 패키지는 재무부와 국무부가 함께 마련하고, 발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최종 승인 과정을 거친다.

카바예바의 경우에는 NSC가 막판에 제재 대상자 리스트에서 이름을 뺐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 행정부의 한 관리는 WSJ에 “우리는 아직 제재가 부과되지 않은 다수의 인물에 대해서도 제재를 준비해왔고, 이들에 대한 제재를 언제 부과해야 최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며 카바예바에 대한 제재안이 테이블에서 완전히 내려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카바예바 제재는 푸틴에 대한 사적인 일격으로 간주될 수 있어 오히려 긴장을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재무부의 한 관리는 카바예바에 제재를 부과할 경우 푸틴 대통령이 “공격적인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카바예바는 세계선수권에서만 14개의 메달을 딴 스포츠 스타 출신이자 푸틴의 비공식 연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푸틴 본인이나 러시아 정부가 두 사람의 관계를 공식 인정한 적은 없지만, 둘 사이에서는 최소 3명의 자녀가 태어난 것으로 미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당시 기혼자였던 푸틴 대통령이 카바예바와 약혼했다는 러시아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은 푸틴 대통령이 해당 보도에 격노한 직후 문을 닫은 바 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올 무렵 체조계에서 은퇴한 카바예바는 집권 여당 소속으로 의회에 입성했고, 2014년 의원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친정부 TV, 라디오, 신문 등을 소유한 러시아 뉴미디어그룹 사장에 올라 1천200만달러(약 149억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카바예바 본인과 일가친척들은 2013년 이후 러시아의 고급 아파트와 저택, 토지를 다수 취득했다.

카바예바는 제네바의 부촌 콜로니와 루가노 등 스위스의 저택에서 주로 거주했으나, 최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오랜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23일 모스크바 VTB아레나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리듬체조 행사 ‘알리나 페스티벌’ 발표 행사에 나와 “모든 가족은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다음 세대로 넘겨야 한다”라며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된 러시아 체조가 오히려 더 강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음달 생중계되는 알리나 페스티벌은 러시아의 나치 독일에 대한 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 행사의 일부다.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9일 전승절 기념 행사에서 우크라이나전 승리를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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