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램”, 한 해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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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부터의 팬데믹 이후에 우리의 삶의 패턴은 무척이나 변했다.
특히 이민자로서 정착한 코리안 아메리칸의 인생살이도 그리 녹록치 만은 않았던 것 같다.
코로나19가 오미크론으로 변이가 되어 끈질기게 인간 문명을 파괴해 왔지만 이에 맞서 신속하게 백신을 개발하고 접종을 맞으며 바이러스와 맞서는 사이 희생자들이 점차 줄었고 위기를 점차 극복해 가는 시점에 섰다.
시카고 메트로폴리탄 지역의 한인 커뮤니티도 시련의 기간을 버티면서 2022년과 작별할 시간을 맞이했다.
사람들의 모임이 어려웠던 시기에 과연 한인사회 각종 단체들의 현황은 어떠했을까? 다시 한번 짚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있다 하겠다. 무엇보다 모든 한인 단체들을 아우르는 단체로 시카고 한인회가 있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시카고 한인회는 링컨 길의 회관을 정리하고 글렌뷰 지역에 새 건물을 마련해 본격적인 서버브 시대를 열었다.
한인 동포들의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기부금에다 전직 한인회장단의 회관 마련 구좌 그리고 멀리 한국의 재외동포재단까지 동참해 우여곡절 끝에 85만 달러 건물을 구입한 것이다.
이제부터 한인회는 한인사회 모든 단체의 구심점 역할을 맡아 내실을 기하는 동시에 타 단체의 리더로서 코리안 아메리칸의 목청을 높일 때이다.
이미 윌링에 뿌리내린 시카고 한인 문화회관은 제2의 도약을 위해 비스코 홀 증축을 준비하고 있다.
그나마 한인 동포들이 모일 장소가 이 곳이었는데 360만 달러짜리 청사진으로 더욱 확충한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얼마전 월드컵 축구 단체 응원전이 열려 한마음으로 응원해 보는 시간도 가질 수 있어 반가웠다. 이름만큼 다양한 문화 단체들이 활발히 움직인다.
한국 전통 무용단, 한국 전통 음악을 아우르는 예술원 그리고 더 나아가 여러 합창단 연습이나 다양한 취미 클럽 등의 각종 모임이 꾸준히 열리고 있어 보기좋다. 문인회도 회원들이 각종 문학지 등에 응모, 간간히 등단하는 사례가 늘어나니 반갑다.
시를 비롯 수필이나 소설 등 다양한 쟝르에서 시카고를 빛낸다.
시카고 한인 여성회, 간호사협회도 바쁜 단체 중 하나다. 회원도 많고 그만큼 다양하게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 여전하다.
한인 1세들을 뺄 수 없는 곳도 아직은 많다.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미중서부 지회, 해병전우회, 고엽제전우회 그리고 미중서부 이북도민회 연합회 등이 모임을 개최하며 단체의 명맥을 이어간다.
동호회 모임도 지나칠 수 없겠다. 무엇보다 가장 활발한 것은 골프 모임일 것이다. 여기에 전통적으로 인기있는 조기 축구회 그리고 한바탕 한인 사회에 돌풍을 일으켰던 마라톤 클럽들이 규모는 훨씬 작아졌지만 아직은 건재함을 뽐낸다. 다만 이름마저 잊혀져 가는 단체들도 있다. 실종된 시카고 한인상공회의소, 시카고 체육회 등이 꼽힌다.
브린마 건물을 처분한 후 차기 회장은 물론 오피스 하나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공회의소는 한인 자영업자들의 빈축을 살 정도다. 구 건물을 매매했으면 새 건물을 마련하던가 회장을 새로 추대해야 하는데 이사진 구성도 제대로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
임시회장 한 사람이 동분서주하지만 결과물을 못 만들어내는 실정이다. 시카고 한인 체육회도 존재감이 없어졌다. 내년 6월 미주체전에 시카고 선수단을 인솔해 갈 체육회가 없는 것이다.
일리노이 한인 부동산협회는 어떤가? 연초만해도 저금리에 주택 매매가 활발했지만 연준의 고금리 정책으로 이자율이 고공행진하면서 부동산업계는 조용하기만 하다.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매매도 부진하다.
호황 때 활발하던 학교 동창회조차도 모임을 제대로 갖지 못해 이젠 흐지부지하는 모양새다.
한인 1세들은 은퇴하고 젊은 1.5, 2세들이 바톤을 이어받아야 하지만 팬데믹 3년의 기간은 그리 만만한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나마 한인 1.5세 및 2세들 위주로 재미과학기술자협회나 한미장학재단등은 장학 사업 등을 이어가고 있어 다행이다.
암만해도 이민의 역사가 깊어지면서 연장자 혹은 저소득층 혜택을 챙겨주는 사회 봉사 단체 의 필요성은 늘어만 간다. 하나 센터, 한울 복지관, 노인 건강센터 그리고 서로돕기센터 등은 한인들이 연방 및 주 정부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직원 들이 발로 뛰는 모습에 우리가 한번쯤 감사해야 할 봉사기관들이다. 우리 한인 미디어 또한 뉴스를 선별하며 신속하게 동포께 전달하는 사명에 충실해 왔다고 자부한다.
이제 바야흐로 한 해가 저물어간다. 한인 단체들도 세월이 흐르면서 부침을 겪고 세상 만사도 변해간다.
모쪼록 내년 2023년 토끼 해에는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가 함께 힘을 뭉쳐 정치적, 경제적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고 비상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한 해이길 바란다.
<이점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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