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리나에게 통증은 통과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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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창 연세광혜병원 대표원장

발레를 전공하던 오양(17세)에게 허리디스크가 찾아왔다. 십년 넘게 춤만 보고 살아왔고 춤으로 미래를 설계하던 그녀에게 디스크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포기할 수 없었다. 게다가 아직 10대의 나이, ‘은퇴’라는 단어는 그녀에게 결코 어울리지 않았다.
급히 찾은 병원에서 척추에 있는 디스크들이 모두 튀어나와 신경을 짓누르고 있음을 확인했다. 속칭 ‘터졌다’라고 말하는 상태. 당장 수술을 받았지만 그것도 잠시, 얼마 후 허리디스크가 재발하고 말았다.
몸을 쓰는 발레리나는 각종 부상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그 중 하나가 디스크다. 우리 몸, 척추 뼈와 뼈 사이에는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가 있다. 그런데 계속된 자극으로 인해 디스크 내부의 압력이 높아져서 견딜 수 없을 지경이 되면 디스크 내부의 말랑말랑한 수핵이 디스크 겉면의 섬유테를 뚫고 튀어 나오게 된다. 이 상태가 흔히 디스크라 불리는 병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도 심심치 않게 허리디스크가 발생하는데 운동 자세가 잘못됐거나 허리에 무리가 가는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오양이 절망의 시간을 이겨내게 도와준 건 수술이 아닌 간단한 시술이었다. 디스크는 조기 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며 꾸준한 관리를 받을 경우 수술을 피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엄청나게 나쁜 상태가 아니라면 굳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비수술 치료인 추간공확장술로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이원창 연세광혜병원 대표원장은 “추간공확장술은 추간공(척추 사이의 구멍) 중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공간인 등쪽 경막외강을 목표로 한다”며, “그 결과 신경가지나 혈관을 피해 추간공의 내^외측과 척추관 후방의 황색인대를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게 절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시술은 신경이나 혈관 손상과 같은 부작용은 줄이고 충분한 공간 확보를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인다. 전신마취 없이 국소수면마취만으로 30분 정도의 시술을 마친 오양은 당일 퇴원했고, 다시 연습실로 복귀할 수 있었다.
이원창 원장은 “발레리라는 비롯, 운동선수들은 통증을 친구처럼 달고 사는 일이 많다”며, “부상이나 통증을 발레의 훈장처럼 여기기보다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아야 오랫동안 건강하고 아름답게 춤을 출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익경 한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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